국가원로회의 83명의 회원들은 이상훈 공동의장(전 국방부 장관)이 낭독한 시국선언문에서 독도 문제에 대해 "과거를 거울삼지 않는 외교는 있을 수 없다"며 "정부는 '묻지마 과거'식의 유화정책을 즉시 철회하고 대일 강경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오래돼 사용이 불가능한 영변 원자로냉각탑 폭파는 큰 의미가 없다"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북한이 이미 제조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즉시 폐기돼야 하고,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국제사회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로들은 정치권을 향해 "531만 표의 많은 표 차이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한나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5년 동안 실정(失政)을 했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이 정치권에 보낸 이 같은 경고를 명심해서 여당은 자만하지 말고 야당은 더욱 각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 사회를 흔들어놓은 '촛불 시위'에 대해서는 "'촛불'이 나라를 태우고 대한민국을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이 때문에 정부가 할 일을 못하고, 국가가 품위를 잃고, 외국인 투자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로들은 최근의 고유가에 따른 물가인상에 대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름절약은 애국 운동"이라며 "불필요한 승용차 운행을 자제하고, 특히 특권층은 '1인 1차'를 '1가(家) 1차'로 바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로들은 또 "무너진 공교육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공교육을 강화해 자라나는 후세들이 애국심을 고취하고 국가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로들은 아울러 △대통령의 도덕적인 인사정책 확립 △야당의 건전한 비판과 국정 협조 △미래의 국가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해외식량기지 확보 △국민여론수렴을 거친 올바른 통일정책 수립 등 총 10개 항목을 시국선언문에 담았다.
이날 시국선언문 낭독 직전 이 의장은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 군인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지금 1인당 80달러(2박 3일 일정 기준)를 북한에 줘가면서까지 금강산 관광을 계속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시국선언 행사장에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 이상주 전 부총리, 이종구 전 국방장관 등 국가원로회의 회원 약 50명이 참석했다.
국가원로회의는 부정부패 척결과 도덕국가 건설을 목표로 1999년 7월 7일 각계 원로 33명이 창립한 애국운동단체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