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12일부터 3박 4일 동안 금강산에 체류했던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이 15일 ‘반만 찬 바구니’를 들고 돌아왔다.
윤 사장은 우리 측이 접근할 수 있는 관광지구 내의 현장 조사와 사고 현장 부근의 육안 관찰, 북한 관계자 면접을 통해 진상 확인에 나름대로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 군사 경계지역인 사건 현장에 가지 못했고 북측 폐쇄회로(CC)TV 기록 입수에도 실패했다.
남북 당국 간 대화 채널이 막힌 가운데 북한과의 유일한 대화 통로인 윤 사장의 노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사건 진상규명은 물론 남북 당국 간 대화 속개 및 현장에서의 남북 합동 진상조사단 활동도 당분간 어렵게 됐다.
▽북한 “안타깝지만 합동조사 못해”=현대아산에 따르면 윤 사장은 남측으로 입경(入境)한 직후 “북측도 이번 사건을 안타까워하고 대처에 대해 상당히 고심하고 있었다”며 “남측에서 보는 사건의 시각, 남측의 정서와 심각한 여론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사건 수습을 위해 합동조사가 절대로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청했으나 북측은 아직도 합동조사는 필요 없다는 종전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뚜렷한 성과가 있었으면 했는데 여론을 전하고 조사 필요성에 대해 요구한 것 말고는 큰 성과가 없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사장은 이날 입경하기 직전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현지 책임자 3명을 만났다. 이들은 박왕자(53) 씨가 어떻게 초병에게 목격됐으며 어떤 과정을 통해 사망했는지 등에 대해 개략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은 입경 직후 기자들에게 “처음 보고받은 것과 일부 다른 점이 있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오후 10시 30분경 김하중 통일부 장관과 헤어져 귀가하면서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고 마이너한 것”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3박 4일 동안 무엇 했나=윤 사장은 당초 14일 오후 5시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북한 측이 당일 오후 4시 45분에 만나자고 제의해 체류를 연장했다. 북한이 평양에 있는 ‘더 힘센’ 당국자를 보내 사태 해결에 성의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헛된 기대였다. 윤 사장은 “현장을 경계선상에서 보고 왔다”고 말해 군사 경계지역을 알리는 펜스에서 고작 200m 거리에 있는 현장에도 가보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진상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군사 경계선 안 북한 측 CCTV에 대해서는 “당시에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윤 사장 일행이 완수한 현장 조사는 관광지구 내 거리 측정 등이 고작이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장에서 숙소인 비치호텔에서 펜스까지 거리를 재보니 1080m이며 보통 사람이 산책하는 방식으로 천천히 걸을 때 약 14분 정도 걸린다고 보고해 왔다”고 밝혔다.
▽당국과 무슨 이야기 나눴나=윤 사장 일행은 체류 중 현지 사업소에서 서울 종로구 계동 본사를 통해 당국과 간간이 연락을 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은 정부 합동조사단 등에 정보를 제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지역이어서 통신 보안 문제 등이 있어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입경 직후 곧바로 서울로 직행해 오후 9시부터 김 장관 등 간부들에게 방북 결과를 보고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