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동조사단이 16일 발표한 금강산 관광객 고 박왕자 씨 부검 결과는 사건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사건의 진실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 박 씨의 ‘시신’은 진상을 말해줄 중요한 단서를 포함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부검을 통해 밝혀진 것은 박 씨가 2m 밖의 ‘먼 거리’에서 쏜 총알에 맞았다는 것밖에 없다.
정확한 사격 거리가 밝혀지지 않는 것은 사건 진상 규명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 합동조사단은 이날 “법의학적으로 사격 거리는 15cm 이내, 1∼2m 등으로는 구별할 수 있지만 2m 이상 떨어져 총을 쐈을 경우 탄환이 몸을 뚫은 흔적은 거리에 상관없이 똑 같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또 탄환이 몸을 뚫은 방향에서도 박 씨가 총을 맞을 당시의 상태를 추정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총창 하나는 등에서 가슴으로, 다른 하나는 엉덩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면과 거의 평형을 이루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뛰는 상태에서 총격을 받았는지 아니면 서 있거나 쓰러져 있는 상태에서 총격을 받았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현장에는 3명의 군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검만으로는 이 중 한 명이 총을 쏜 것인지 아니면 여러 사람이 쏜 것인지조차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사단은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현장조사 없이는 진상을 제대로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