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내용도 달라져 규명 혼선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53) 씨 피격 사망 직후 2시간 동안 한국인 관광객들이 외부로 전화를 할 수 없도록 조치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전화선 단절 이유에 대해 “박 씨의 시신이 남으로 내려가는 오후 1시까지 부정확한 정보가 퍼지는 것이 사태 파악과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전화를 차단했다”고 해명했다.
현대아산은 사건 당일 북한에서 통보를 받고 2시간이 지나서야 정부에 보고해 의심을 산 데 이어 관광객들의 정당한 정보 유통까지 차단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대아산은 북한 측과 함께 사건의 진상 규명에 필요한 사실에 대해서도 계속 말을 바꿔 사건의 실체 규명을 어렵게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특히 박 씨의 현장 동선(動線) 및 이동 시간 등 핵심 정황을 결과적으로 북한 측에 유리한 쪽으로 바꿨다.
현대아산이 북한 측의 통보 내용에 따라 11일 작성한 최초 ‘사건보고서’는 “박 씨는 오전 4시 31분에 호텔에서 출발했고 해수욕장과 북측 군사경계지역의 출발점인 펜스에서 1.2km 떨어진 기생바위에서 초병에게 최초 발견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박 씨의 이동 경로를 점검한 결과 사망 추정 시간인 오전 5시경까지 약 29분간 총 3.3km 이상 걸어간 것으로 나타나자 “50대 중년 부인이 모래사장을 그렇게 빨리 걸을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윤 사장은 16일 폐쇄회로(CC)TV 작동 오류를 이유로 박 씨의 출발시간을 12분 50초 앞당겨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북측 주장을 뒷받침해 준 셈이다.
북한 초병이 박 씨를 최초 발견했다는 장소도 최종적으로 펜스에서 800m 떨어진 지점으로 바뀌었다. 최초 ‘사건보고서’보다 박 씨가 기생바위 쪽으로 400m 덜 진입했다는 것이다.
박 씨가 발걸음을 돌려 도망치다 피격된 지점도 펜스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서 300m 떨어진 곳으로 수정됐다.
이에 따라 박 씨의 총 이동거리는 약 2.4km로 최초 사건보고서(3.3km)보다 900m나 줄어들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