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나’ 쇠고기 國調

16,18일 현안질의 언론서 언급한 내용뿐

민주당서도 “이러려고 했는지 부끄러워”

‘국회에서 낱낱이 밝히겠다더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가 민주당 등 야권의 준비 부족과 안일한 대응으로 졸속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8일 한나라당과 개원협상을 타결하면서 ‘촛불 민심으로 나타난 국민의 목소리를 국회에서 담아내겠다’며 14일부터 시작하는 쇠고기 국정조사 및 국회 긴급현안 질의를 통해 강도 높은 대 정부 추궁을 예고했다.

하지만 16, 18일 실시된 ‘쇠고기 긴급현안 질의’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제기된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의 현안 질의는 ‘민간이 주축이 된 품질체계평가(QSA)가 잘 지켜질 것으로 보느냐’, ‘수출증명프로그램(EV)이 있는 21개국 중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국가가 몇 개국인가’, ‘추가협상이 협상인가 논의인가’ 등 이미 언론에 수차례 언급된 질문을 제기하는 데 그쳤기 때문.

민주당은 오히려 광우병 및 쇠고기 협상보다는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무게중심을 두는 모습까지 보였다. 안민석 의원은 “소화기가 진압 장비가 맞느냐”며 정부와 공방을 벌였고, 조배숙 의원은 시위 도중 발견된 쇳덩어리를 거론하며 “경찰이 미리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격했다.

한나라당도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한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 추궁에만 매달리면서 쇠고기문제보다는 촛불집회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쇠고기 문제와는 관계없는 돌출 질문도 현안 질의를 부실하게 하는 데 한몫했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구본홍 씨를 YTN 사장에 임명한 것은 언론 장악 의도가 아니냐”고 따진 데 이어 “이 대통령 지지율이 20% 이하에 머물고 있는데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는 게 민주주의 요소에 부합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해 한승수 국무총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이 정도 하려고 지난 한 달여 동안 개원도 미루고 장외투쟁을 했는지 부끄럽다”면서 “원내대표실을 중심으로 남은 기관 보고와 청문회에서 만회하기 위해 준비를 다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