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주둔’ 주장엔 신중론… 주일대사 귀임 늦출수도
“지난 10년간 대북 정보라인 붕괴” 국정원 중심으로 재편
정부와 한나라당이 20일 일본의 독도 영유권 명기와 북한의 금강산 관광객 총격 피살 사건에 대해 정책 기조의 변화를 예고했다.
당정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두 사건에 대한 초기대응이 미숙했다는 데 공감하고 강력한 대처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해병대 주둔 검토해야=대일외교와 관련해서는 그간의 기조인 ‘조용한 외교’를 탈피하기로 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현재 전투경찰이 파견돼 있는 독도에 해병대를 주둔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맹형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일부 참석자는 “감정적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군 관계자들도 “독도에 군 병력을 주둔시키면 오히려 분쟁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줄 가능성도 있어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해병대 파견을 검토는 하되 자칫 독도를 우리 스스로 분쟁지역으로 인정하는 셈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선에서 정리가 됐다.
또 당정은 독도 대책과 관련해 ‘실효적 지배’라는 용어가 분쟁 관계를 전제로 한 개념이라는 지적에 따라 ‘영토 수호’라는 개념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독도 유인도(有人島)화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당정의 의견이 일치했다.
큰 배를 고정시키고 그 위에 선상호텔을 지어 독도를 찾는 사람들이 묵을 수 있도록 하자는 독도 해양호텔 건설과 해저 광물질 조사단 구성 등이 구체적 아이디어로 제시됐다.
높은 파도가 치는 등 악천후 속에서도 출항이 가능하고, 독도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160t급 이상으로 ‘독도 관리선’을 건조해 독도 접근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나왔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는 일시 귀국한 주일대사의 국내 체류 기간이 9일을 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권철현 주일대사 귀임시기를 1∼2개월 이후로 미뤄 우리 정부의 의지가 과거와는 크게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북 정보 시스템 복원해야=금강산 관광객 총격 피살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초기 대응이 기민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고 북한 관련 정보 파악과 위기관리 체계를 정비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정부의 초기대응이 소홀했던 것은 지난 10년간 대북 정보라인이 완전히 무너진 때문이라는 반성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당정은 한미 간 대북 정보교류를 활성화하고 현대아산에 의존하던 대북정보 수집 기능을 국가정보원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정은 정부 주도로 금강산관리위원회를 만들어 관광객 신변 안전을 보장하고, 관광객에 대한 무력사용을 금지하는 ‘포괄적 신변안전각서’ 채택을 추진하는 한편 금강산 관광객의 안전교육 및 안전시설도 강화할 계획이다.
개성관광을 계속 실시할지 여부는 남측 관광객들의 신변안전이 제대로 보호되는지를 우선 확인한 뒤 논의하기로 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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