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때문에 설거지” “노-부시 통화 공개하자”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2분


한나라당 차명진(왼쪽),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이 20일 당사에서 각각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등 당 내외 현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차명진(왼쪽),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이 20일 당사에서 각각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등 당 내외 현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민주 ‘쇠고기’ 책임공방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파문의 책임이 과거 노무현 정부에도 있는지를 놓고 여야가 떠넘기기식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쇠고기 수입 협상이 노무현 정부 때부터 진행돼 왔는데 임기 말을 앞두고 협상을 미루는 바람에 이명박 정부가 설거지를 하게 됐다”고 주장하자 민주당이 이에 맞서 노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지난해 3월 통화 내용을 공개하자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0일 “노 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의 지난해 통화에서 ‘어떤 경우에도 미국산 쇠고기가 일본 대만 홍콩 등과 차별받지 않는 조건으로 한국 시장에 들어오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 ‘설거지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공개를 추진하는 통화 내용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직전인 지난해 3월 말 당시 양국 정상 간에 이뤄진 것으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민주당 송민순 의원도 이를 거론한 바 있다.

통화 내용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돼 있어 열람이나 자료 제출이 불가능하지만 국회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의결로 요구할 경우 공개할 수 있다. 민주당은 자료 제출 요구안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조윤선 대변인은 “국정조사에서 국가 기밀까지 공개한 전례가 없는 데다 상대국의 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국가 원수 간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논란의 핵심은 노무현 정부가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비겁하게 협상의 부담을 새 정부에 떠넘긴 것이지 쇠고기 수입 조건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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