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王에게 고개 숙인 대통령 사진 전송할 때 정말 짜증났다”

  • 입력 2008년 7월 21일 14시 25분


지난 4월 일본을 방문중인 이명박대통령과 김윤옥여사가 왕궁 현관에 마중나온 아키히토 일왕부부의 영접을 받고있다. 이종승 기자
지난 4월 일본을 방문중인 이명박대통령과 김윤옥여사가 왕궁 현관에 마중나온 아키히토 일왕부부의 영접을 받고있다. 이종승 기자
신동아 8월호 보도, 한 청와대 출입기자의 ‘MB 감상’

한 중앙언론사 청와대 출입기자는 21일 발간된 월간 <신동아> 8월호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을 지나치게 배려한다. ‘일왕에게 고개 숙인 대통령 사진’을 국내에 전송할 때 정말 짜증이 났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신동아>에 전해온 ‘MB정권 감상기’에서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순방 때 기자단은 도쿄 시내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에서 묵었다. 이 호텔의 구관은 아홉 살에 일본에 볼모로 끌려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이 살던 집을 개조한 것으로, 호텔 이름이‘프린스󰡑가 된 것은 이런 이유였다. 이 대통령과 아키히토 일왕의 면담을 취재한 풀(pool) 기자들이 사진과 영상을 들고 왔다. 영친왕의 한(恨)이 서린 곳에서 일왕에게 고개를 푹 숙인 대통령 사진을 국내로 전송할 때 정말 짜증이 났다. 함께 모여 사진을 봤을 때 기자들 대부분은 ‘대통령의 모습이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이례적으로 일왕에게 ‘천황’이라고 호칭했다고 한다.

이 기자는 “사실 이명박 정부는 일본을 지나치게 배려한다는 인상을 줬다”면서 이전 한국 대통령과 달리 중국 보다 일본과 정상회담을 먼저 해 중국 정부의 보복성 발언(한미동맹은 냉전의 유물)을 초래한 점, 일본 측 태도가 확실치 않음에도 과거 보다 미래를 강조하는 ‘신(新)한일시대’를 성급히 선언한 점, 주일 한국대사관이 홈페이지의 역사교과서 독도 동해 표기가 적힌 본문을 삭제했다가 비판이 일자 복원한 점 등을 지적했다.

지난 9일 일본 도야코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예정(1시간) 보다 20분 일찍 끝내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기자단이 머물던 삿포로로 달려와 해명했지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정상회담은 의전이 생명이다. 약속한 시간을 채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미관계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확대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촛불 시위와 관련, 이 기자는 “방일 당시 이 대통령은 수행기자단과의 조찬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맘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된다’고 말했다”면서 “‘되고’ 송으로 풍자된 이 발언이 촛불시위의 도화선이 됐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 기자는 “MB의 대통령 당선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쪽은 요직에 앉아 있는 공신들이 아니라 언론이었지만, ‘MB팬’이던 기자 상당수는 지금은 심정적으로 이 정권에 등을 돌렸다”고 했다.

이 밖에 이 기자는 이런 저런 이유로 보도하지 못한 ‘이명박 청와대’의 숨은 내막과 소회에 대해 상세히 밝혀왔다. 자세한 내용은 시중에 배포된 <신동아> 8월호 참조.

허만섭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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