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15위 ‘한나라 싹쓸이’

  • 입력 2008년 7월 22일 03시 04분


올 총선 고액 후원금 살펴보니

《올해 들어 18대 총선 직후인 4월 29일까지 국회의원과 후보자에게 제공된 고액 정치후원금(1년간 300만 원 초과)은 어느 때보다 한나라당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1일 공개한 ‘300만 원 초과 후원금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한나라당 소속 의원 및 후보자들이 받은 후원금은 79억6325만 원으로 전체 142억6547억 원의 절반을 넘었다. 특히 고액 후원금을 가장 많이 모금한 상위 20위 가운데 상위 1∼15위를 모두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이 차지했다.》

박근혜-김무성-이상득-남경필 박진의원 순

민주 1위 임종석 전체 순위에선 17위 그쳐

‘후원자 신분 감추기’ 여전히 사라지지 않아

민주당 소속 의원 및 후보자들은 35억4567만 원을 받았지만 전체 모금액 대비 24.9%에 그쳐 야당으로 전락한 신세를 절감했다.

올해도 후원자가 밝혀야 하는 직업을 아예 기재하지 않거나 ‘회사원’ ‘사업’ ‘직장인’ 등 모호하게 표기해 신분을 감추는 관행도 적지 않았다.

○ 실세일수록 ‘큰손 후원’ 많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억7600만 원의 고액 후원금을 받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총선 당시 친박 무소속 연대였던 김무성 의원이 2위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이 3위, 박진 남경필 의원이 공동 4위를 차지했다. 또 이 대통령 측근인 정두언 의원과 안상수 의원 등이 7, 8위를 차지했다. 실세일수록 기부 단위가 큰 ‘큰손’ 후원자가 많았다.

지난해 1년 동안 2억1150만 원의 고액 후원금을 받아 고액 후원금을 두 번째로 많이 받았던 민주당 최인기 전 정책위의장은 올해 상위 20위 명단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고액후원금을 가장 많이 받았던 정치인은 이해찬 전 총리(2억2150만 원)였다.

5000만 원 이상의 고액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은 93명으로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59명 △민주당 23명 △무소속 8명 △자유선진당 2명 △친박연대 1명 등이었다.

민주당의 경우 임종석 의원이 9350만 원, 우윤근 의원이 9000만 원, 이인영 전 의원이 8982만 원 등의 후원금을 받아 상위 20위에 가까스로 이름을 올렸다.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는 각각 8130만 원과 8796만 원을 받았다.

○ 이색 후원자들

같은 국회의원이나 기업인, 영화배우 등 유명인사들의 후원금도 눈에 띄었다.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인 대구 서 선거구에 출마한 이종현 후보에게 500만 원을,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이웃 은평을에 출마했던 김형진 후보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다.

국회의원 재산 순위 1위인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고려아연의 최창근 부회장 단 한 명으로부터 5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최 부회장은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에게도 500만 원을 후원했다.

영화배우 출신 신영균 전 의원은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과 영화배우 남궁원 씨의 아들 홍정욱 의원, 박근혜 전 대표에게 500만 원씩 후원했다. 박태준 전 총리도 박 전 대표에게 500만 원을 기부했다.

양정례 의원과 모친인 김순애 씨는 친박연대 이규택 대표에게 각각 500만 원씩 모두 1000만 원을 후원했고, 김 씨는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에게도 500만 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공개된 고액 후원금 기부 명세 가운데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등 지방의원의 후원금은 모두 50건이었다.

전체 후원금 중 지방의원이 기부한 금액이 많지는 않지만 지방의원의 경우 공천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보험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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