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피서길 해소-내륙 경제살릴 필수 인프라
총길이 150km… 서울∼동홍천 내년말 완공
주민들 “연내 착공할 양양구간 조기완공 절실”
“동해안 가는 국도 44호선은 해마다 피서철만 되면 도로 체증이 반복되기 일쑤입니다. 오죽하면 검문소에 ‘교통안내도와 우회도로 안내 입간판’을 설치하고 안내 활동에 나서겠습니까. 동서고속도로라도 일찍 완공돼 분산되면 숨통은 트일 텐데….”
강원지방경찰청 이오영(55·경정) 교통안전계장은 이달 초부터 국도 44호선 검문소와 주요 도로 길목 45곳에 ‘교통안내도 및 우회도로 안내 입간판’을 설치하고 피서차량 분산대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3월 초 이명박 대통령의 춘천 방문 때 강원도 5대 사회간접자본(SOC)사업 중 하나인 동서고속도로의 정부 지원을 적극 건의했다. 김 지사는 “강원북부권에 현재 마땅한 산업동맥(고속도로)이 없어 지역 활동이 크게 위축돼 있다”며 “동서고속도로 개설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당면 주요 현안 및 과제’의 2009년도 주요 국비현안사업의 하나이기도 한 이 사업은 강원도가 ‘강원북부권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라며 심혈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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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서철 국도 44호선은 ‘고행길’
회사원 강민섭(44·서울 관악구) 씨는 “여름만 되면 동해안 푸른 바다와 싱싱한 횟집이 그립고 아른거리지만 도로에서 2∼3시간씩 정체됐던 생각을 하면 동해안으로 가기가 겁난다”고 했다.
강 씨는 “올해도 달리 갈 만한 곳을 찾지 못해 가족과 속초를 다녀오기로 했으나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동해안에서 활어를 구입해 직접 횟집을 운영한다는 최종민(54·춘천시) 씨도 피서철만 되면 도로 정체로 곤욕을 치른다.
최 씨는 “배가 항구로 들어오는 시간(오전 6시 반경)에 맞춰 새벽에 출발했다가 오전에 되돌아오는데 벌써 도로가 막히기 시작했다”며 “동서고속도로가 조기에 완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북부권의 국도 44호선(서울∼양양)은 피서철만 되면 도로 체증이 반복된다. 주말과 공휴일이라도 겹치면 피서차량과 농수산물 수송차량들이 뒤섞여 ‘짜증 도로’가 되기 십상이다.
○ 동서고속도로 조기 완공은 강원도민의 염원
동서고속도로(서울∼양양)는 광역경제권 간 연계교통망 확충으로 동북아시대 교통 물류 중심의 기반을 구축하고 강원도 내 사통팔달 도로망 확충으로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총길이는 150km(도내 구간 109.4km)에 국비와 민자 5조1273억 원이 투입된다. 이 사업은 2013년 말 완공을 목표로 2004년에 착공됐다. 민자 2조2725억 원이 투입되는 서울∼춘천 구간 61.4km는 내년 8월 완공 예정이다. 이 구간과 연결해 국비 2901억 원이 투입되는 춘천∼동홍천 구간 17.1km도 내년 말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비 2조8548억 원이 투자되는 나머지 동홍천∼양양 구간 71.5km는 연내에 착공해 2013년에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 공사를 2013년까지는 마무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를 믿는 주민은 그리 많지 않다. 국비사업은 국가의 경제사정과 정책적 사업의 우선순위로 정해질 수밖에 없어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 관계자는 “민자사업이면 몰라도 국비공사라면 2013년 공기(工期)를 맞추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속초상공회의소 김희철(66) 부회장은 “동해고속도로가 착공된 지 10년이나 됐으나 공정은 20∼30%에 불과하고 동해안 남북을 잇는 국도 7호선 공사도 착공된 지 20년이 됐으나 아직도 미진한 곳이 많다”며 “그동안 소외됐던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조기에 완공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도 44호선은 1994년부터 4차로 확·포장공사가 시작된 뒤 2006년에야 겨우 완공됐다. 공사기간이 무려 12년이다. 하지만 최근 통행량이 크게 늘어 새로운 대안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강원경찰청이 최근 2년간 국도 44호선의 피서철(7월 10일∼8월 15일) 1일 통행량을 조사한 결과 2006년 2만1427대에서 지난해 2만9118대로 1년 사이에 36%(7691대)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대북교역 물꼬가 터진 속초항의 물동량 증가를 비롯해 나날이 늘어나는 관광객 추세라면 동서고속도로의 조기 완공이 절실하다. 속초상의에 따르면 속초항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의 중고차량 수출은 22일 현재 3600대로 지난해 1600대에 비해 2배로 증가했다.
강창구(56) 강원도 도로과장은 “강원내륙은 물론 동해안 북부권의 개발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도 동서고속도로가 조기에 완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터널 46개… 교량 29개… 2013년까지 전구간 개통 계획▼
■ 동서고속도로 2004년 첫삽
서울과 동해안 북부지역을 연결하는 국도 44호선이 피서철마다 상습적으로 정체되고 겨울철에는 폭설에 막혀 수산물 수송에 차질을 빚는 바람에 경제적인 피해가 큰 지역 주민들이 동서고속도로 개설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동서고속도로는 대선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떠오르다 2004년 첫 삽을 떴다. 하지만 양양까지 도로가 개설되려면 앞으로도 5년 반이란 기간이 더 남아있어 주민들의 염원이 결실을 볼 날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국비사업의 속성상 사업이 추진되면 요란한 홍보활동이 전개되는데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 주민들은 “또다시 공사가 연기되는 것 아니냐”며 근심어린 표정이다.
도로의 노선은 서울에서 경기 남양주시 양평군 가평군, 강원 홍천군 춘천시 인제군을 거쳐 양양군과 연결된다. 나들목은 서울∼춘천 12곳, 춘천∼동홍천 1곳, 동홍천∼양양 4곳 등 전체 17곳.
대부분의 구간이 산악지대로 무려 46곳에 터널이 설치된다. 전체 길이만도 61.946km로 서울∼춘천과 맞먹는 거리가 터널로 뚫리게 된다. 교량도 29곳에 설치되며 전체 길이가 13.130km에 이른다.
▼“동해안-내륙 연결. 경제 파급효과 커 과감한 지원 필요”
강원발전硏 김정호원장▼
강원발전연구원 김정호(사진) 원장은 “강원도의 동해안이 최근 활발한 대(對)북방 교역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으나 내륙과 제대로 연결된 도로는 영동고속도로 하나밖에 없다”며 “동서고속도로의 조기 완공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연구원이 최근 이 도로가 강원 지역에 미치는 직간접의 영향과 효과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연간 1550억∼2000억 원의 물류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도로가 마땅치 않아 발생되는 수송비용과 교통의 흐름이 막혀 발생되는 창고비와 재고관리비, 신속히 전달되어야 할 정보 부족에서 오는 물류정보비 등이 모두 비용”이라며 “이들 비용은 지역이 부담해 덩달아 지역경제를 침체시키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 고속도로의 건설목표는 광역경제권 간 연계교통망 확충과 동북아시대 교통 물류 중심 기반 구축”이라며 “때맞춰 대북방 교역으로 경제가 활기를 찾고 있는 지역을 균형 발전시킨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원 내륙에서는 이미 수도권 소비자를 겨냥한 무공해 참살이 농산물 재배가 늘고 동해안에는 대규모 수산물 가공단지가 조성되는 등 이 고속도로의 개통에 대비하고 있다”며 “도로 개설로 파급효과가 큰 만큼 정부 우선순위 사업으로 책정돼 탄력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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