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이 유치한 한국 민간단체 대규모 방북 승인 고심

  • 입력 2008년 7월 23일 02시 57분


민관분리 따라 허가하기엔 ‘금강산 사건’ 부담

북한이 최근 한국 민간 및 지방자치단체의 대규모 방북을 적극 유치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단체들의 방북 승인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당국 간 관계 단절과 별개로 민간 교류 협력은 적극 허용해 왔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과 이후 북한의 진상규명 협조 거부로 거세진 반북(反北)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평양과 백두산 등 단체들이 방문하려는 장소에는 금강산과 마찬가지로 신변 안전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어떤 단체들이 왜 방북 추진하나=북한이 ‘손짓’을 보내고 있는 단체는 22일 현재 파악된 것만 모두 6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사회문화 교류사업으로 8월 중 교사 100여 명의 방북을 북한 측과 협의하고 있다. 지자체인 경남도가 인도적 지원을 위해 다음 달 3∼5일 김태호 지사를 포함해 120여 명의 방북단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단체인 굿네이버스인터내셔날과 나눔인터내셔날이 8월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불교 조계종 간부 포함)이 9월에 각각 40∼150여 명의 방북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이들 단체는 2∼4일 현지에 머물며 교원 상봉행사(전교조)와 사업장 방문, 북한 체제 선전극인 아리랑 공연 관람 및 백두산 관광 등의 행사에 참가할 예정이다.

▽정부의 고민과 해법은=정부는 정치적 상황과 관련 없이 인도적 지원사업은 계속한다는 원칙을 표방해왔다. 이에 따르면 사회문화 교류사업인 전교조의 방북만이 방북 승인을 둘러싼 고민의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남북교류협력법 제9조는 ‘통일부 장관은 남북교류협력을 저해하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에 반하는 경우 방북을 불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강산 사건의 여파로 당국자들은 근본적 고민을 하고 있다. 북한이 ‘남한 인민들의 6·15 및 10·4선언 이행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왜곡 선전하며 보수 여론을 자극하는 상황을 정부는 무엇보다 우려하고 있다.

미묘한 시기에 전교조나 준당국자인 김 지사의 방북이 북한에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당사자들의 사려 깊은 판단’에 기대하는 눈치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대규모 방북 승인 문제에 대해 “이번 사건으로 전 국민이 분노하고 충격을 받고 있으며 우리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임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신변 안전 문제는 더 근본적이다. 최근 정부의 최대 관심은 북한 지역 내에서 국민의 안전이다. 100명 내외의 대규모 방북단이 평양이나 백두산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각종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당국이 방북 한국인에 대한 신변 보장과 사후 진상 규명 및 보상 절차를 마련하자는 한국 정부의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상황이 대규모 방북 승인에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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