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도 50만∼1500만원 천차만별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둔 2008년 2월 서울 종로구 계동의 옛 해양수산부 장관 집무실.
해운업체 W사의 사장 이모(70) 씨는 장관실을 방문해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해양부 장관인 강무현(57) 전 장관을 만나 “그동안 항로 운항의 편의를 제공해줘 고맙다”며 200만 원을 건넸다.
앞서 이 사장은 2006년 7월 서울 종로구의 한정식집에서 “인천과 중국의 웨이하이(威海)간 카페리 항로 운항의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취지로 300만 원을 전달하는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700만 원을 강 전 장관에게 전달했었다.
21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엔 이처럼 구체적인 행적이 자세히 적혀 있다. 영장에 따르면 강 전 장관은 차관 시절인 2005년 2월부터 장관 재직 말기인 올 2월까지 모두 22차례에 걸쳐 해운업체와 항만 준설 공사업체, 항운노조 등에게서 9250만 원을 받았다.
금액도 50만 원부터 150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뇌물을 받은 명목도 노무 문제와 적조 문제 해결, 선원 관리 감독과 항로 편의 제공 등 각양각색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그가 뇌물을 받은 장소. 장차관 집무실과 공원, 여객터미널, 국제물류협력센터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의 I빌딩, 한정식집, 골프장, 백화점, 다방 등으로 다양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정식집이나 골프장 등에서는 주로 100만 원대의 돈을 받았다. 그러나 1000만 원 이상의 뭉칫돈을 받을 때는 집 근처로 업체 관계자를 불러내 ‘007’ 방식으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5월 중순에는 집 근처인 서대문형무소기념공원에서 건설회사 C사의 대표에게서 1000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1500만 원을 챙겼다.
2005년 7월과 2006년 3월에는 집 근처의 다방에서 설계용역회사인 S사 대표에게서 각각 1000만 원과 15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소액 수표와 현금으로 받은 돈을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하다가 검찰 수사로 적발됐다.
검찰 수사 착수 이후 업체 관계자와 여러 차례 통화를 하던 그는 검찰의 끈질긴 추궁에 “공직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며 자백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확한 금품 전달 장소와 전달 시기 등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