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대북특사 파견 구상에 대해 “새 정부가 들어오면서부터 한 여러 구상 중 하나로 봐야 한다”며 “이 시점에서 저쪽(북한)도 받기가 힘들고 받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을 방문해 한 기자간담회에서 “독도 금강산 사태를 해결하는 데 좀 시간이 걸릴 것이나 시간이 걸려도 적당히 해결하기보다 원칙에 따라 해결하는 게 맞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대북특사 파견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박 대표의 특사 파견 건의는 일단 보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앞서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박 대표가 꼬인 남북관계를 풀고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한 북측의 명백한 사과와 향후 조치를 받아내기 위해 한나라당의 훌륭한 정치인을 대북특사로 파견하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당내에선 대북특사 구상이 실현될 경우 박근혜 전 대표가 후보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돌았다.
박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북특사 구상은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이며 아직 당내 논의도 거치지 않은 상태”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 대통령이 특사 파견에 부정적 인식을 내보인 데는 파견을 결정하더라도 과연 지금 상황에서 남북 간에 특사 방북을 위한 사전 조율이 가능하겠느냐는 현실적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특사나 대북 식량 지원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언제든지 제의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 속을 알 수가 없다는 게 결정적 문제”라고 말했다.
더욱이 특사가 북한에 가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올 경우 그에 따른 여론의 비판 등 이 대통령이 짊어질 정치적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