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주변에 고민 토로

  • 입력 2008년 7월 24일 02시 49분


“우리가 막상 권력을 쥐었지만 정치와 민심엔 어쩔 도리 없어”

청와대 직원 350명에 처칠의 평전 선물하며 “실패해선 안돼” 메시지

26일부터 5일간 휴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깊은 인간적 고민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쇠고기 파동을 거치며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전원 교체되고 현 정부의 핵심 정책들이 잇따라 좌초됐기 때문.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23일 “이 대통령이 얼마 전 쓴웃음을 지으며 ‘우리가 막상 권력을 쥐었지만 결국 정치와 민심에는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이 대통령이 그리 감성적인 표현을 즐기지 않는데 이날만큼은 최근 상황에 대한 깊은 회한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공공부문 개혁과 공기업 민영화 등 주요 정책이 민심의 파도에 기약 없이 휩쓸려 가는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어떻게 만든 계획인데…’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내더라”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이 대통령이 공개석상 외에는 발언을 거의 하지 않는 대신 수시로 정치권 안팎의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 상황에 대한 여론을 청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해당 언론 보도 내용과 그 배경까지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행정관급 이상 직원 350여 명에게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평전인 ‘돌파의 CEO 윈스턴 처칠,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를 선물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처칠의 외손녀 실리아 샌디스가 직접 보고 느낀 처칠의 리더십에 관해 쓴 이 책 내용은 이 대통령 처지에서는 ‘더는 밀리거나 실패하면 안 된다’는 자기 주문(呪文)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이 책을 선물하면서 “어렵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힘내라”는 메시지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26일부터 30일까지 지방의 한 군 휴양시설에서 부인 김윤옥 여사, 세 딸 내외 등 가족과 함께 첫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외아들 시형 씨는 최근 한국타이어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휴가를 떠날 수 없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휴가 기간 중 주로 시집이나 문학 작품 등을 읽으며 쇠고기 파동 등으로 지친 심신을 달랠 계획이다.

당초 26일부터 1주일간 휴가를 떠나기로 했으나 쇠고기 국정조사,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한 만큼 일정을 줄였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23일 휴가를 앞두고 예정에 없이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무장도 하지 않은 여성을 등 뒤에서 쏘았는데, 북한은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북한은) 늘 동족, 민족을 찾지 않았느냐”면서 “지금은 북쪽이 진상조사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때다. (남과 북의) 정부와 정부 간에 뭔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가 어려울 때 국가경쟁력을 올려놔야 여건이 좋아질 때 올라갈 수 있다”면서 “욕을 먹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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