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회원 20여 명을 만나 “여러분을 보니 정말 눈물이 나려고 한다”며 소매를 부여잡았다. 정치권에선 “정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아고라당(黨) 여의도 지부(支部)인가”라는 쑥덕공론이 나돌았다. 정 대표는 “새벽에 여러분의 전화를 받고 밤새 잠을 못 잤다”고 했다. 마지막 남은 불법 촛불시위집단의 하나인 아고라들을 만나는 게 그렇게 가슴 벅찼던가. 이 정도면 정 대표는 ‘아고라당 여의도 지부’라는 지적에 화낼 처지가 못 된다. 그나마 ‘2중대’가 아닌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할 판이다.
▷자업자득이다. 민주당의 대선 및 총선 성적은 ‘루저(loser·인생 패배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패인을 성찰하며 거듭날 생각은커녕 ‘촛불’의 곁불을 쬐지 못해 안달했다. 자성이 없으니 표리부동(表裏不同)이 문제가 될 리 없다. 아고라들에게 ‘KBS 정연주 사장 지키기’를 약속한 것만 해도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후보 시절 언론고문이던 서동구 씨를 KBS 사장으로 밀어붙였다. 서 씨가 임명되자 박권상 사장은 임기를 남겨놓고 자퇴했다. 박 사장은 분류하자면 DJ 사람이었다. 서 씨 다음의 정 사장도 ‘노(盧)코드 낙하산’이다. 정 대표가 이런 집안 내력을 모를 리 없다.
▷쇠고기 협상도 그렇다. 민주당이 과연 아고라들과 함께 이 정부에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가.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말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해서라도 ‘쇠고기 결단’이 필요하다고 건의하자 “미국의 비준을 끌어낼 수 있다면 고통스럽더라도 하겠다. 그러나 보장이 있느냐”며 거절했다. 한미 FTA와 자신의 퇴임 후 정치적 입지를 걱정했지, 광우병을 걱정한 흔적은 없다. 정 대표는 그것도 몰랐다고 할 건가.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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