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美-日보다 노는 날 많아”
한글날과 제헌절 등 ‘쉬지 않는’ 국경일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과 노동계 등에서는 “국경일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재계는 “지금도 많이 쉰다. 어려운 경제를 생각하자”며 반대하고 있다.
논쟁은 한나라당 홍장표 의원 등 여야 의원 14명이 23일 제헌절과 한글날을 다시 법정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내용의 국경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본격화했다.
한글날은 1991년 국경일과 법정공휴일에서 모두 제외됐다가 2005년 국경일로만 재지정됐다. 제헌절은 올해부터 ‘공휴일 아닌 국경일’로 바뀌었다.
홍 의원은 “국민들이 국경일의 의미를 되새기며 관련 행사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단순 국경일과 법정공휴일 사이에 국민들이 느끼는 정서적 차이가 큰 것을 고려해 한글날과 제헌절은 법정공휴일로 다시 지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석연 법제처장은 올해 제헌절 때 “헌법은 국가질서와 자유시장주의 등을 위해 국가가 추구해야 할 규범이기 때문에 제헌절을 경축하기 위해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3일 “공휴일을 포함한 한국의 연간 휴일 및 휴가일수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5∼30일이나 많다”는 내용의 반박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25일 사견을 전제로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야당도 아닌 여당 의원이 이런 개정안을 내면 되겠느냐”며 “그런 식으로 따지면 쉴 명분 없는 기념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법정공휴일 확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종갑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총은 ‘공휴일이 늘어나도 쉬기는커녕 휴일수당만 늘어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대기업을 제외한 일반 중소기업은 휴일수당도 없다”며 “국경일 재지정과 휴일수당을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총은 “일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국경일의 의미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학교나 직장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이 국경일의 참의미를 더욱 잘 새길 수 있다”며 “‘국경일=노는 날’이란 발상을 버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매년 국가의 월력요항을 발표하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안영숙 박사는 “법정공휴일이 2006년과 2008년 하루씩 줄었지만 주말과 겹치는 경우가 꽤 있어 총휴무일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