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갈등에 김정일 웃을 것… 韓日, 등 돌리면 모두가 손해”

  • 입력 2008년 7월 26일 03시 01분


일본의 대표적 지한파 논객인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그는 독도 문제로 한일 간에 외교관계가 멈춰버린 듯한 요즘의 상황을 무척 우려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일본의 대표적 지한파 논객인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그는 독도 문제로 한일 간에 외교관계가 멈춰버린 듯한 요즘의 상황을 무척 우려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독도가 더 중요한가, 한일관계가 더 중요한가.’

이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한국인이나 일본인 대부분은 독도가 중요하다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는 한일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3년 전 시마네(島根) 현이 ‘다케시마(竹島·독도)의 날’을 지정해 파문이 일어났을 때 그는 “나는 아예 한국에 섬을 양보하면 어떨까 하는 몽상(夢想)을 하게 된다. 그 대신 한국은 이 결단을 평가해 독도를 ‘우정의 섬’으로 부르고…”라는 내용의 기명칼럼을 썼다.

이런 그는 최근의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 논란을 보며 씁쓸한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고 한다.

모처럼 양국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내세운 시기에 나온 일본 정부의 처사에도 고개를 젓게 되지만, ‘한국인들도 너무 곁을 주지 않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 웃는 사람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일 것이다. 한국 정부는 쇠고기 수입 문제로 한미 균열이 깊어진 데 이어 한일관계까지 이렇게 돼 정권 초기에 내놓은 ‘한미일 연대 강화’ 노선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도 납치문제나 북핵문제 등 한일 간 협력과 결속이 중요한 일이 산적한 상황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이 등을 돌리면 양국 모두 손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우정의 섬’ 칼럼을 쓴 뒤 일본 내에서 ‘국적(國賊)’으로 몰리며 곤경에 처한 그는 21일자 같은 칼럼에 양국의 대화를 촉구하는 글을 쓴 뒤 다시 일본 우익이 ‘조선의 공작원’이라고 부를 정도로 공격을 받았다.

그는 이 칼럼에서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일본 내 양심적 지식인들의 연구 결과를 소개한 뒤 “이런 의견이 사실이라면 일본의 독도 편입은 분명히 한국 합병의 전 단계였고 한국이 ‘빼앗긴 섬’으로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본이 이런 주장을 경시해선 안 된다”고 썼다.

다만 그는 한국인들도 일본 정부의 노력에 좀 더 마음을 열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일본이 이번 해설서에서는 양국 간 ‘주장의 차이’를 언급하도록 해 한국 얘기도 들어보는 길을 열어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영토문제에서 ‘상대국의 입장도 가르치라’는 것은 큰 변화입니다. 3년 전 독도에 대해 ‘한일이 대립하고 있다’고 쓰인 중학교 교과서가 문부 과학성 검정에서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던 것을 상기하면 180도 전환이죠. 한국인들도 그런 부분을 보아주지 않는다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는 양국이 우선 마주앉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토문제와 관련해서는 으레 ‘단호’ ‘의연’ 등의 단어가 춤을 추지만, 이는 근대 들어서의 얘기입니다. 옛날에는 독도도 ‘애매한’ 섬이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애매함을 생각해보고 오히려 미래를 향해 유연한 발상을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는 독도가 한일관계의 목에 걸린 가시와도 같은 존재라고 했다. 두 나라는 1965년 한일 국교수립 과정에서도 이 가시를 빼지 못했고 이후 때만 되면 상처가 덧났다고 말했다.

“만일 1965년에도 한국이 지금처럼 일본의 독도 주장에 대해 ‘단호히 용서하지 못한다는 자세’였다면 한일 국교정상화 자체가 성립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양국은 문제를 후대로 미루는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그는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최고지도자의 ‘당분간 해결하지 않는다는 해결방법도 있다’는 말을 참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평행선만 긋는 소모적 주장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양국에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계의 대표적 지한(知韓)파 논객인 와카미야 씨는 2002년부터 3월 말까지 아사히신문 논설주간을 지냈고, 현재는 고정칼럼 ‘후코케이(風考計)’를 집필하고 있다. 1995년 월드컵 한일 공동 개최를 제안하는 사설을 쓴 주인공이기도 하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