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민의 자존심과 직결된 독도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의 과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만큼 현 외교안보 라인을 그대로 두면 쇠고기 파동 이후 간신히 진정되고 있는 민심이 다시 요동치고 유사한 ‘외교 악재’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게 개편론의 핵심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8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문제는 치밀하게 대처하라고 누차 지시했는데도 이 같은 일이 벌어져 당황스럽다”며 “철저히 경위를 파악해 필요하면 이태식 주미한국대사 등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내 독도 태스크포스 단장인 신각수 외교부 제2차관도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주미대사관에서 대처에 미흡했다는 점이 확인되면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사는 27일 워싱턴에서 “적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감을 느끼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여당에서는 이 대사 등 독도 파문 관련자는 물론, 이번 기회에 외교안보 라인에 전반적으로 메스를 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외교안보 라인 전반 개편론은 쇠고기 파동을 제외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 방중 때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한미동맹은 역사의 유물” 발언 논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 시기 발표에 대한 한미 외교당국 간 엇박자 △금강산 피격사건 늑장 보고 등 정권 출범 후부터 잇따른 악재의 핵심에 외교안보 라인이 있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의 한 참모는 “정부 내 핵심 외교안보 라인이 유명환 외교부 장관과 김하중 통일부 장관, 김성환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등 대부분 외교부 인사들로 채워져 있어 관성과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경제난이야 미국발 금융위기 등 어느 정도 외생 변수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지만 최근의 잇단 외교 악재는 상당 부분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그 원인을 제공했다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ARF 의장성명 논란에 대해 “정부가 국제 공조를 강조하던 ‘MB 독트린’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조사 결과) 전략적 판단을 잘못한 측면이 두드러진다면 유 장관 스스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인책론을 거론했다.
그러나 유 장관은 이날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장성명 수정이) 완전히 실패한 것(외교)이라는 지적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