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각서’ 논란=노 전 대통령은 28일 “지난해 3월 부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조건 협상에 합의하겠다’고 말한 것은 구두 양해사항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합의 약속을 꼭 이행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구속력이 약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날 비공개로 관련 자료를 열람한 나 의원에 따르면 이태식 주미대사는 양국 정상이 통화한 뒤인 지난해 4월 쇠고기 수입을 촉구하는 막스 보커스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과 만나 “지금까지 장관이나 대사의 약속과는 차원이 다르게 대통령이 개인적, 공개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약속했다. 이를 믿고 한미 FTA 처리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사는 또 “대통령의 약속을 믿지 못해 시간을 낭비하다가 쇠고기 수입 재개 후 한미 FTA를 지지한다면 위원장의 한국 내 명성에 큰 흠이 될 것이다”라고도 말했다는 것이다.
나 의원은 “대사가 대통령의 뜻을 ‘약속’이라고 표현할 정도라면 ‘구두 양해사항’이 아닌 ‘구두 각서’ 수준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협상 직접 관리?=노 전 대통령은 김 의원을 통해 “당시 경제외교 라인은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는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참여정부는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쉽게 수용하는 것이 FTA 비준에 부정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부처는 개방을 주장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수입 재개에 부정적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 의원은 “이 대사는 보커스 위원장과의 대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쇠고기 수입 문제가 합리적인 기간 안에 마무리되도록 본인이 직접 관리할 의향을 밝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커스 위원장이 ‘마무리’의 구체적인 의미를 묻자 이 대사는 “뼈 있는 쇠고기를 포함한 문제 해결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노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이후에는 부처에만 맡기지 않고 뼈 있는 쇠고기도 수입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 나 의원의 주장이다.
▽OIE 기준 존중 의사 밝혔나=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부시와의 통화에서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은 권고사항일 뿐이며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전했다”고 밝혔다. 30개월 이상의 일부 뼈 있는 쇠고기도 수입해야 하는 OIE 기준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 의원에 따르면 이 대사는 보커스 위원장에게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향후 OIE의 권고를 존중해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방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대국민담화에서도 “OIE의 권고를 존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이 OIE 기준을 어느 정도 따를지에 대해 밝힌 같은 통화를 두고 노 전 대통령과 나 의원이 서로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盧 측 “정상회담전 쇠고기 정리 말라고 조언해줬다”
임태희 “준비해둔대로 처리하면 된다고 말해놓고선”
▽정상회담 전 쇠고기 정리 말라고 충고했나=노 전 대통령은 2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인 이 대통령을 만나 “‘쇠고기 문제를 정상회담 전에 정리하고 가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방미 전 쇠고기 협상을 하지 말라고 충고했는데도 이 대통령이 듣지 않고 협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 당시 당선인 비서실장 자격으로 배석했던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은 ‘미국과 쇠고기 수입 협상이 서명만 하면 될 정도로 거의 마무리됐는데 FTA 비준 전 미국이 자동차의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협상용으로) 미루고 있다. 이 당선인은 준비해 둔 대로 쇠고기 협상을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