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인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31일 국회의원 251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6월 세비 부당 수령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 18대 국회 임기가 5월 30일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상임위조차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회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의원들에게 지급된 세비는 1인당 901만 원이다. 여기에 차량유지비 등 의정활동지원비 1100만 원, 보좌진 월급 2300만 원을 포함하면 1인당 4301만 원을 받았다.
법을 만드는 일이 직업인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파행에 따른 국회법 위반은 물론 촛불집회 참여 등으로 인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논란도 나온다. 의원들이 요즘 어기고 있는 법 조항을 살펴보자.
‘국회의원 선거 후 최초의 임시회는 임기 개시 후 7일에 연다’고 돼 있다. 따라서 법대로라면 6월 5일 개원했어야 하지만 실제론 41일 만인 7월 10일 문을 열었다.
②국회법 41조 및 48조 ‘상임위 구성’ 위반
41조는 ‘상임위원장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 후 최초 집회일로부터 3일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고 돼 있다. 48조는 ‘각 교섭단체 대표는 국회의원 선거 후 최초 임시회의 집회일로부터 2일 이내에 의장에게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해야 한다’고 정했다. 7월 10일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2일까지는 상임위 구성이 끝났어야 했다.
③국회법 155조 ‘징계 결의’ 위반
‘정해진 의제에 포함되지 않은 발언을 하거나 발언 시간 제한 규정을 위반해 의사진행을 현저히 방해하면 징계를 결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야 의원들은 공기업 특위나 민생 특위 등에서 서로를 흠집 내기 위해 특위의 구성 목적과 상관없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지만 징계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④국회법 147조 ‘의사진행 방해 금지’ 위반
‘의원은 회의 중 함부로 소란한 행위를 해 다른 사람의 발언을 방해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는 여야 간 고함이 난무하면서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⑤인사청문회법 6조 ‘청문회 개최 준수’ 위반
‘국회는 공직자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인사 청문을 마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11일 감사원장과 장관 3명에 대한 인사 청문 요청을 받고도 특위조차 구성하지 않았다.
⑥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0조 ‘일몰 후 집회 금지’ 위반
‘일출 전이나 일몰 후에는 옥외 집회를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당론에 따라 혹은 개별적으로 야간에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국회의원들이 법을 지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비뚤어진 특권의식과 부실한 처벌 조항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17대 국회에서 윤리특위에 회부된 37건 중 10건(경고 8, 사과 1, 출석정지 1건)을 빼고는 모두 부결되거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 때문에 별도 벌칙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민회의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수당 지급 중단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라이트전국연합도 토론회 등을 열어 국회의원들이 법질서를 준수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이를 통해 벌칙 조항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주대 김영래(정치학) 교수는 “국회는 입법기관으로서 법 제정만 하면 끝이 아니다”라면서 “국회 스스로의 운영을 규정한 국회법 등 각종 법률을 제대로 지키는 것은 기본적인 책무다”라고 강조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