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정상회담 앞두고 ‘반미 불씨’ 제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신속하게, 그것도 대통령 자신이 직접 나서 ‘독도 표기 원상 복구’ 결정을 내린 것은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일을 막자는 뜻에서 내려진 조치로 풀이된다.
외교통상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31일 “2002년 장갑차 촛불시위 이후 국무부와 국방부 등 미 행정부의 ‘동맹 관리’ 담당 부서는 한국 내 반미 정서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왔다”며 “일제 강점과 반일 의식, 한국인의 자존심이 결합된 독도 문제에 미국이 연루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그동안 ‘미 행정부의 결정 때문에 우리 땅인 독도를 일본에 넘겨주게 생겼다’는 여론이 일어 한국의 반미 분위기가 또다시 확산되는 상황을 가장 부담스러워했다.
미 지명위원회(BGN)의 ‘행정 결정’이 부른 독도 파문이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열흘 앞두고 불거졌다는 점도 부시 대통령의 신속한 결정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해 온 한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독도 때문에 성공적 정상회담은 물 건너갔다”며 이 사안이 다른 동맹 간 협의사항을 압도할 것을 걱정했었다.
4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한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신뢰와 우의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 전직 고위관리는 31일 전화통화에서 “쇠고기 협상 이후 국내 여론을 고려해 ‘추가 협상’에 동의하고 독도 문제를 이렇게 빨리 해결하는 장면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수뇌부 문책 위기에 몰렸던 외교부는 31일 독도표기 원상 복구 결정에 반색하면서도 앞으로 풀어야 할 외교 과제의 부담을 걱정했다. 이날 오전 열린 당정협의에서는 ‘리앙쿠르 록스’로 명기된 미국 주요 정부기관의 표기를 ‘독도’로 바꾸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외교부 내 태스트포스팀장을 맡은 신각수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독도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기 위해 유관기관 사이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작은 소통 오류도 막겠다”며 “외국의 독도 표기 현황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공유하면서 표기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