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양당 원내 지도부는 이날 오후 4시 국회에서 만나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과 장관 인사청문회의 ‘특위 처리’에 합의해 오후 7시경 합의문 초안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전해들은 청와대가 “상임위가 아닌 특위에서 인사청문회를 처리하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며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뜻을 전했고 민주당이 청문회의 상임위 처리에 반대해 협상이 깨졌다.
○ 장관 인사청문회가 협상 발목
양당은 핵심 쟁점에 거의 합의한 뒤 오후 7시 10분경 언론 브리핑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후 청와대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합의 결과를 전해들은 뒤 ‘특위 처리’에 반대 의사를 전하면서 합의가 무효화됐다.
민주당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상 결렬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장관 인사청문회 보고서 제출 시한인 5일까지 상임위를 구성해 청문회를 여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특위에서 청문회를 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한나라당이 청와대와 조율해 봐야 한다고 하더니 ‘특위에서 처리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한 사안을 청와대가 인정하지 않아 협상이 결렬될 정도로 여당이 무기력한 모습에 놀랐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도 기자 간담회를 열어 “오늘 협상에서는 원 구성 문제만 논의하기로 했는데 민주당이 갑자기 장관 인사 청문회 문제를 꺼내며 특위 처리를 주장해 정치적으로 타결하려고 했지만 장관 인사청문회는 상임위에서 처리하도록 국회법이 규정하고 있어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상임위 배분과 달리 인사청문회는 당사자인 청와대 의견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연락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원 구성에는 의견 접근
양당은 이날 협상 결렬을 선언했지만 쟁점이 됐던 상임위원장 배분에는 1차 합의했다. 이 합의 결과는 추가 협상을 통한 최종 합의 때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운영, 국방, 통일외교통상, 기획재정, 국토해양, 보건복지가족, 행정안전, 정무, 문광, 정보, 예산결산, 윤리 등 12개 위원회를, 민주당은 법제사법, 교육과학기술, 지식경제, 여성가족, 환경노동, 농림수산식품 등 6개 위원회를 맡기로 했다.
이날 협상은 핵심 쟁점인 법사위를 한나라당이 민주당 요구대로 양보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법사위에 회부된 법안은 일정 시일 후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국회법을 개정하는’ 조건으로 법사위를 민주당에 내줄 수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민주당은 “국회의원의 입법권이 제한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대신 한나라당은 방송통신위원회 관련 업무를 문화체육관광위가 관할하도록 해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정부의 방송 장악을 막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를 문화체육관광위에서 분리해 별도 상임위로 만들거나 정무위원회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