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 당연하다

  • 입력 2008년 8월 2일 02시 56분


통일부가 어제 남북통일의 원칙과 방향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천명했다. 통일방안 공식 해설서인 ‘통일문제의 이해 2008’은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통일국가의 미래상에 따라 남북이 하나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통일’이라고 밝혔다. 너무도 당연한 이 언명(言明)에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통일 논의에 관한 그간의 혼란을 정리할 때가 됐기 때문이다. 일부 세력은 입만 열면 통일을 외치면서도 정작 통일 후 남북한이 함께 살아가야 할 정체(政體)에 대해선 외면했다. 이제 그 위선(僞善)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통일’은 사실 노태우 정부 이래 우리의 공식 통일방안이 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기본 방향이다. 헌법이 규정한 통일정책(4조)의 원칙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김대중(DJ)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에는 이를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됐다. 북한의 반감을 초래해 남북관계 개선에 지장을 주고, 따라서 통일을 늦추게 된다는 DJ의 논리가 주술(呪術)처럼 정책과 담론 영역을 지배한 것이다. 오로지 햇볕정책에 기초한 남북 간 ‘화해·협력’(DJ 정부)과 ‘평화·번영’(노무현 정부)이 목표인 양 오도됐다.

이로 인해 우리는 방향도 잊고 냅다 달렸다. 세계에 유례없는 부자(父子) 세습의 전제(專制)주의 체제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어떻게 합쳐질 수 있는지에 대해 묻는 사람은 반(反)민족, 반통일 세력으로 몰렸다. 통일 후는 묻지도 말고 그냥 퍼주라고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금강산 길이 열리고 개성공단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그 결과 북한은 핵보유국이 됐다.

통일 후를 묻지 않았기에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통일을 지향한다’는 6·15 공동선언(2000년)이 가능했다. 북핵 문제와 상관없이 대규모 대북지원을 합의한 10·4 정상선언(2007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선언들이 과연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북한의 모든 비례(非禮)와 도덕적 해이를 ‘우리 민족끼리’라는 허구로 정당화해 주지는 않았는가.

북의 반발이 예상되고, 남북관계도 경색될 수 있다. 그렇다고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통일’이라는 가치와 원칙을 버릴 수는 없다. 그 대칭점에 있는 적화(赤化)통일은 북의 2300만 주민뿐 아니라 남쪽의 4800만 주민까지 세계와 등진 지옥으로 몰아넣는 재앙이다. 자유민주주의로의 통일을 거부하는 세력들이 연출하는 ‘민족끼리 극(劇)’은 민족의 불행을 부르는 반민족 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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