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법사위 권한 축소’ 직권상정 추진

  • 입력 2008년 8월 4일 03시 02분


장고 중?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태평양 지역 도서국가 보건장차관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8월 들어서도 이 대통령 앞에는 여야 원 구성 협의와 관련한 당청 간의 갈등, 북한의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인사 추방 등의 현안들이 쌓여 있다. 이종승 기자
장고 중?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태평양 지역 도서국가 보건장차관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8월 들어서도 이 대통령 앞에는 여야 원 구성 협의와 관련한 당청 간의 갈등, 북한의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인사 추방 등의 현안들이 쌓여 있다. 이종승 기자
“법사위원장 야당에 양보하되 안전장치 만들자”

여권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실질 권한을 약화시키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 상정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야당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주는 대신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으려는 의도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막혀 있는 원 구성 협상을 풀기 위해서는 일단 법사위원장직을 민주당에 넘기는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원 구성을 마친 뒤 김형오 국회의장이 국회법 개정안을 직권 상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법사위와 관련된 국회법 개정안은 한나라당이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넘겨주는 대신 모든 법안의 게이트키핑 역할을 하는 법사위의 강력한 권한을 제어하기 위해 고안해 낸 해법이다. 법사위에 올라오는 법안을 무조건 1개월 내에 법사위에 상정하고, 상정 3개월 내에 심의를 끝내고 본회의에 넘겨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관계자는 “김 의장은 한나라당의 ‘선 원 구성, 후 국회법 개정안 직권 상정’ 요청에 대해 ‘협상에 임하는 민주당 원내 지도부의 처지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이해했으며 김 의장의 이런 생각은 민주당에도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초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원 구성 후 법사위 기능을 조정하는 개정안을 절차에 따라 논의한다’는 내용을 원 구성 합의에 포함시켜 줄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를 거부함에 따라 본회의 직권 상정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은 큰 정치적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만큼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김 의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9월 정기국회는 제대로 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일단 ‘선 원 구성, 후 직권 상정’에 공감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김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에 넘겨줄 경우 경제 살리기 및 규제개혁 정책 추진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한다.

이에 김 의장은 지난 17대 국회 상황을 감안할 때 “법사위원장직을 야당에 주지 않으면 원 구성이 어렵고 국회가 열리지 못한다”며 “법사위원장 문제는 원 구성을 마친 뒤 새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의장이 국회법 개정안을 직권 상정할 경우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법사위 권한을 실질적으로 약화시키는 이런 조치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김 의장 측 관계자는 “김 의장이 한 번 욕먹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향후 4년간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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