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명의 담화 ‘통 큰 양보’ 앞둔 전술 분석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3일 북한 군 담화는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북한은 이번 사건으로 조성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화시키는 강경노선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사건의 전면에 나섰던 사업자 성격의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신 상위 기관인 군부가 직접 나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번 사건이 대남전략전술에 따른 북한 군부의 ‘의도된 도발’이었다고 본다면 이날 담화는 충분히 예상됐던 수순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이명박 대통령 비난을 통해 의도적으로 ‘남북관계 속도조절’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 남측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북한이 새 정부를 길들이기 위해 한국과 북한 사람이 접촉하는 개성과 금강산 등에서 긴장을 조성할 것이라는 관측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한편 다른 견해도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이번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북한 군이 공식적으로 나선 것은 북한이 이번 사건과 파장을 체제의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대외 협상에서 ‘통 큰 양보’를 하기 전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상대방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전술을 써 온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군 전체가 아닌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낸 점도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대해 여지를 남겨 놓은 대목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금강산 한국인 철수’ 위협에 곧바로 맞대응하는 강수를 내놓지는 않았다.
정부가 손에 들고 있는 대안은 △금강산 관광 장기 중단 압박 △개성관광 중단 검토 △현대아산 등 사업자들에 대한 안전 위협 강조로 자진 철수 등 유도 △민간단체 등의 대규모 방북 자제 요청 및 방북 승인 불허 등으로 보인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3일 “정부는 금강산 사건에 냉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간다는 기본 방침에 따라 적절한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며 “관련 기관에 상황을 설명하고 추가적인 상황 전개에 만전의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