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달래고 南압박 ‘김정일 이중플레이’

  • 입력 2008년 8월 5일 02시 59분


김정일, 해군부대 시찰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중흡 7연대’ 칭호를 받은 해군 제155군부대의 함선에 올라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사진을 공개하면서 김 위원장의 시찰 일자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김정일, 해군부대 시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중흡 7연대’ 칭호를 받은 해군 제155군부대의 함선에 올라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사진을 공개하면서 김 위원장의 시찰 일자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돈줄 금강산관광 쉽게 포기는 못할듯

北군부 작년 10·4선언에 불만… 대남 강경론

金, 4월 이후 일선 군부대 현장지도 부쩍 늘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은 시종 북한 군부의 작품이다. ‘어느 쪼끄만 병사’는 지난달 11일 박왕자(53) 씨를 사살했고 3일 ‘조선인민군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은 박 씨와 한국 정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북한 군부는 3월부터 남북 당국 간 대결의 전면에 나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부를 대남 전략의 최전방에 내세운 것은 ‘선군(先軍) 정치’라는 사상적 기반 위에 다양한 북한 내부의 정치 경제적 요인이 결합된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 군부는 금강산관광 사업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어 사태를 마냥 악화시킬 수만은 없는 처지다.

▽선군정치 앞세운 최고지도자의 군대=올해 대남 강경 대응에 군부가 나선 것은 ‘모든 방면에서 군을 앞세운다’는 북한의 선군정치에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군부대에 대한 현지 지도(시찰)를 통해 충성심을 유도해 왔고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김 위원장은 상반기 중 총 49회 현지지도를 했다. 이 중 군대 방문에 25회(51%)를 할애했다. 대남 강경 대응 기조가 굳어진 4월 이후 22회가 집중됐다.

김 위원장을 가장 많이 수행한 ‘최 측근’ 자리는 지난해에 이어 김기남 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차지했다. 이명수 현철해(이상 인민군 대장), 김정각(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김격식(인민군총참모장) 등 군부 인사들이 뒤를 이었다.

군부는 1990년대 이후 경제난 속에서도 제대로 작동해 온 거의 유일한 조직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한국 새 정부에 ‘실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무력이라는 자원을 가진 군부를 움직일 수밖에 없다.

군부는 지난해 조선노동당 내 통일전선부 간부들이 10·4정상선언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불만을 품었으며 한국의 정권 교체로 통전부가 힘을 잃은 사이 대남 사업 분야의 권력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돈줄’인 금강산 관광 포기하기 어려워=현대아산은 1998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북측 상대방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를 통해 모두 4억8602만 달러(약 4908억8020만 원)의 관광 대가를 지급했다.

북한 경제는 일반적인 국민경제에 해당하는 내각경제와는 별도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과 군 등 체제유지 세력을 위해 별도로 운영하는 ‘수령경제’가 핵심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은 2003년 ‘북한 경제위기 10년과 군비증강 능력’ 보고서에서 금강산 관광 대가가 ‘수령경제’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조선노동당 산하 기관인 아태가 벌어들인 달러는 당38호실을 통해 김 위원장의 수중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이 돈을 당에 쓰는지, 군에 쓰는지는 알기 어렵다. 이에 대해 수년 전 탈북한 노동당 간부 출신 A 씨는 “김 위원장이 사업 초기부터 ‘금강산 관광 대가는 군부가 사용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증언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 대가는 아태와 당38호실을 거쳐 군경제를 운영하는 ‘제2경제위원회’를 통해 군사비와 군 운영 자금으로 쓰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광지구 내 옥류관 식당이나 서커스단 등은 군부 소속 외화벌이 회사인 백호무역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북한 군부는 3일 담화를 통해 한국 정부를 맹렬하게 비난했지만 ‘금강산 관광 영구 중단’ 등의 강경책은 내놓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달러가 굴러 들어오는 엄청난 경제적 이권을 차마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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