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의견 묻지도 않고 일방적 양보” 집중포화
朴대표 ‘홍준표 구하기’ 이례적 발언도 힘 못써
4일 긴급 소집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홍준표 원내대표의 협상력 부재와 의원 간의 소통 문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홍 원내대표가 장시간 오해를 풀겠다며 해명했지만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강한 불만을 털어놨다. 이 때문에 앞으로 홍 원내대표의 원내 입지뿐 아니라 대야 협상력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의총은 통상 홍 원내대표가 먼저 인사말을 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4일에는 이례적으로 박희태 대표가 먼저 나와 “홍 원내대표에게 많은 힘을 모아주시리라 믿는다. 오늘 의총이 힘을 모으는 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홍 원내대표를 향한 당내 의원들의 비판 수위를 낮추기 위한 듯한 발언이었다.
비공개 의총이 시작되자마자 홍 원내대표는 “여야 원구성의 협상 결렬 책임이 청와대에 있지 않은데 (그렇게 내가 말한 것처럼 알려져) 오해가 있었다”는 내용의 해명을 20여 분 동안 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야당이 여야 원 구성 협의 과정에서 장관 인사청문회를 특위로 하자고 했을 때 청와대에 의견을 묻기 전에 이미 주호영 수석부대표가 국회법상 특위에서 할 수 없다고 했고 이를 박희태 대표와도 상의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협상 결과 브리핑 때도 청와대에 결렬 책임을 전가한 게 아닌데 언론에서 잘못 보도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어진 자유발언에선 친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홍 원내대표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진성호 의원은 “쇠고기국정조사특위 증인 채택에서 PD수첩 관계자를 뺀 것은 잘못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쇠고기 정국이 PD수첩 왜곡 보도와 무분별한 인터넷 여론에 대한 지적으로 옮겨오고 있는데 이를 잘 이용하지 못했다”며 “전략적 사고를 하지 못한 데 대해 (홍 원내대표가)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태근 의원도 “홍 원내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고소, 고발을 모두 취하해줬는데 우리 당 의원을 향한 민주당의 고소, 고발은 취하되지 않아 한나라당 의원들만 벌금형을 받았다”며 “양보하더라도 당 의원들의 의사를 물어서 결정해야 하는데 우리만 손해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형환 의원은 “문제가 생겼을 때 청와대 핑계를 대면 공멸한다”며 “청와대가 전면에서 공격받는 것을 당이 막아야 하고 야당과 자신 있게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총 끝부분에 친박계인 한선교 의원이 “당청 관계가 예전과는 변화해야 한다. 청와대가 당에 일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청와대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친이계의 진성호 의원이 “책임지는 여당이 되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한 몸으로 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친이계의 한 재선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반성문을 쓴다더니 변명만 하더라”면서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먼저 자신이 장시간 해명한 것도 의원들의 비판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