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이사장 누구- 한나라 시의원 출신… 공천 못받아
○사기냐 로비냐- 김옥희씨 정치권 접촉 여부가 관건
○ 축소수사 논란- “체포영장에 선거법 위반 혐의 명기”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 사기 등 혐의로 구속된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74)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공천 로비 의혹 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우병우)는 이날 안필준 대한노인회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안 회장은 김옥희 씨로부터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안 회장은 이날 검찰에 출두하면서 “김옥희 씨가 김 이사장을 비례대표 후보로 단독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1명만 추천해야 된다는 정관 규정도 없었기 때문에 김 이사장을 포함해 4명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또 “김옥희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때부터 ‘MB와 친하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사팀도 확대됐다. 김수남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검찰총장 지시에 따라 오늘부터 수사팀을 검사 5명(기존 3명)으로 확대해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세인 대검찰청 대변인은 “임채진 검찰총장이 오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옥희 씨 사건에 대해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어떤 사건인가=김옥희 씨 구속영장에 따르면 공범인 인테리어업자 김모 씨가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앞두고 대학 동창인 서울시의원 이모 씨에게 먼저 “도와주겠다”며 접근했다. 그러나 이 씨가 출마를 포기하고 대신 김 이사장을 김 씨에게 소개했다. 그러자 김옥희 씨가 대통령과 친인척관계인 점을 내세워 공천을 받게 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김 이사장에게 돈을 요구한 것이다.
이 사건이 노출된 것은 공천에서 탈락한 김 이사장이 김옥희 씨로부터 돈을 돌려받는 과정의 잡음이 청와대에 감지되면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3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먼저 포착해 검찰에 이첩한 사건으로 검찰이 투명하고 신속하게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옥 여사와의 접촉 의혹을 의식한 듯 “김옥희 씨의 청와대 출입 기록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대선 때 ‘이명박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부분 “이 사건 이전엔 김 이사장이 누군지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김 이사장은 1990년대에 한나라당 소속으로 시의원을 한 번 했는데 1998년 이회창 후보의 대선 패배 직후 가장 먼저 탈당했던 사람”이라며 “김 이사장이 2002년 시의원 공천을 위해 찾아왔지만 거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천을 신청했다 어려울 것 같으니까 엉뚱한 선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4억9000만 원은 어디에=김옥희 씨 구속 이후, 이번 사건이 ‘공천 사기’가 아니라 ‘공천 로비 의혹’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김옥희 씨가 수표로 3차례 걸쳐 받은 30억 원과 활동비로 받은 현금 3000만 원 가운데 김 이사장에게 돌려주지 않은 돈은 4억9000만 원. 이 돈을 3월 말 김 이사장의 공천 탈락 이후 모두 썼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김옥희 씨가 총선을 앞두고 김 여사나 한나라당 공천 관계자와 접촉하지는 않았는지, 김 이사장에게서 받았던 돈의 일부를 로비에 사용하지 않았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김 이사장은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조사나 검찰 수사에서 김옥희 씨가 공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정치인 등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증거나 진술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은 ‘공천 사기’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옥희 씨와 공범인 인테리어업자 김 씨는 서로 상대방이 돈을 많이 썼다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며 수사에는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논란=검찰이 김옥희 씨를 구속하면서 구속영장에 그의 혐의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이라고 명기한 데 대해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느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건이 청와대와 여권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야권에선 제기한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 축소 논란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김수남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옥희 씨를 체포할 때부터 체포영장에 선거법 위반 혐의를 명기했고 선거법 위반 혐의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며 체포영장까지 공개했다. 또 “구속영장에 ‘사기 등’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보다 사기 혐의가 더 중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건을 특수부나 공안부에 배당하지 않고 금융사건을 담당하는 금융조세조사2부에 배당한 데 대해서도 검찰은 “처음에 이 사건이 금융사건의 성격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與 “허위사실 유포땐 좌시 않겠다”
野 “본질은 공천비리” 조사위 발족▼
한나라당과 야당은 4일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언니 김옥희 씨의 금품수수 사건을 둘러싸고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한나라당은 단순 사기 사건에 불과하다며 야당의 의혹 제기에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반면 야당은 이를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규정하고 공세 수위를 높여갔다.
차명진 대변인은 “이 사건이 또 다른 BBK사건이 되도록 좌시하지 않겠다”며 “검찰 수사 발표를 지켜보되 사실과 다른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당 내에 ‘대통령 처형의 한나라당 공천비리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박주선 의원)를 발족했다.
박 위원장은 “이 사건의 본질이 대통령 친인척이 관여한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공천 비리 사건임에도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있다”면서 “금융조사부에 배당된 이 사건을 특별수사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옥희 씨 뇌물사건을 원점에서 성역 없이 재수사하지 않는다면 특검 수사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만약 검찰이 사정의 칼도 휘두르지 못한다면 국회가 직접 나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