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일 ‘광우병 공포국’ 돼 막대한 사회비용 치러
식품위생 우리가 美보다 나은지 냉철히 살펴봐야
다시 해도 같은 결정 내릴것… 퇴임후 농업현장 복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 이후 벌어진 불법 폭력시위를 촉발한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는 MBC ‘PD수첩’에 대해 “픽션을 만들어 사상 최대의 파문을 일으킨 역사상 유일무이한 프로그램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쇠고기 파동으로) 세계 유일의 ‘광우병 공포국가’가 탄생해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치렀다”며 “지금은 ‘거품’이 빠져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만큼 모두가 ‘일단 정지’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퇴임을 앞두고 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장관 집무실에서 이뤄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PD수첩’ 방영 내용과 촛불시위 등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불명예 퇴진’하는 공직자로 보기에는 의외로 표정이 밝았지만 6월 10일 시위현장 이야기가 나오자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농식품부 직원은 물론이고 국무위원들도 제가 시위현장에 가는 걸 반대했어요. 그래도 식품 주무 장관으로서 책임을 지고 나가야 한다고 결심했죠. 격앙된 눈빛 사이로 ‘매국노’라는 소리가 도처에서 날아오더군요. 합리적 소통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죠.”
그는 “최근 석 달은 굼뜬 행정조직에 ‘속도전’을 벌이는 네티즌 세력이 출현하면서 나라의 근간을 흔들었던 시기”라며 “이 정도 규모의 나라에서는 남의 의견도 존중할 줄 알아야 사회의 뿌리도 단단해지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후퇴했다”고 우려했다.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야권 등에서 제기한 ‘미국에 대한 선물론(論)’에는 강하게 반박했다.
“쇠고기 협상은 지난해 4월 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 시작돼 올해 4월 18일 타결된 것입니다. 그 사이에 정권 교체가 있었지만 행정적으로는 1년간 미국과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면서 연속적으로 진행된 사안이죠.”
그가 최근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광우병 공포국가’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아레사 빈슨은 미국인입니다. 또 6만4000t 분량의 쇠고기를 리콜한 나라도 미국입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주저앉는 소 동영상을 집중 방영한 것도 미국 언론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우리처럼 이런 ‘무정부 혼란’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곧이어 이같이 반문했다.
“한국의 식품안전과 위생수준이 미국보다 더 높다고 할 수 있을까요. 미국은 자국민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걸까요. 이 부분은 정말 냉철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쇠고기 파동 때문에 마무리하지 못한 ‘식품안전 일관 시스템’ 구축 작업에 대해서는 못내 아쉬워했다.
“농식품부가 출범하면서 ‘먹을거리’라는 큰 범주의 울타리가 쳐졌습니다.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을 위해서는 ‘토양에서 식탁까지’ 일관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제가 주춧돌은 놓았지만 관련 부서와 조직, 예산 등까지는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한편 정 장관은 4일 마지막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퇴임 후 농업 현장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힌 뒤 “역사의 길목을 보면 회피할 수 없는 곳이 있다. 장관 취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도 피하지 않고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사표를 낸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에 대해서는 “국제 기준과 과학적 근거에 맞춰 협상을 했고,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일한 공직자에게 어떤 근거로 책임을 지울 수 있는가”라며 사표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