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민 거부감 크다” 즉각 선긋기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8월 6일 02시 59분



부시 ‘아프간 재파병 요청’ 뜨거운 보따리 만지작…

데니스 와일더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4일 아프가니스탄 평화정착을 위한 한국의 ‘추가적 기여’를 바란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한국의 아프간 파병 문제가 양국 간 현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아프간 파병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6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거론될 경우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아프간 파병요청은 美 희망사항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부시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를 꺼내면 의제로 논의될 수 있겠지만, 우리가 긍정적이지 않다고 하면 공동성명이나 기자회견은 한쪽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파병 요청은 순전히 미 측의 희망사항으로 부시 대통령이 언급하면 의제가 될 수는 있으나 이 대통령은 불가(不可)하다는 견해를 전달할 것이란 얘기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의 아프간 파병을 희망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발생한 아프간 인질사태로 현지 파병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을 들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 43일간에 걸친 아프간 피랍사태를 풀기 위해 납치를 자행한 탈레반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현지에 파견돼 있던 동의, 다산부대를 지난해 12월 모두 철수시켰다.

따라서 철군한 지 몇 달 만에 재파병할 경우 국내에서 상당한 반발 여론에 부닥치고 파병 병력에 대한 테러 위협도 높아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지난해 인질사태로 아프간 파병에 대한 국민의 정서적 거부감이 엄청난 상황에서 파병은 물론이고 경찰 파견도 어렵다”며 “더구나 아프간의 치안상태는 이라크보다도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민간 의료인력과 직업훈련요원 등 지방재건팀(PRT) 파견 인력을 증원하는 것이 아프간 재건을 위한 더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군의 아프간 파병은 2002년 2월 의료부대인 동의부대, 2003년 2월 공병부대인 다산부대가 현지에 도착해 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12월 철수할 때까지 5년 10개월간 계속됐다. 당시 파견된 병력은 모두 2131명에 이른다.

○ 북핵 검증 등 거론할 듯

이번 정상회담의 공식 의제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 북핵 검증과 비핵화 공조 방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대책 등이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내년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은 분담 비율 50 대 50의 기존 주장을 확인했다. 현재 한국은 분담금의 42%인 7415억 원을 부담하고 있지만 미 측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1500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독도 사태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 양 정상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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