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두만강 17.5km 국경에 대한 전면적인 재(再)획정 작업에 착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모스크바의 한 외교 소식통은 6일 “러시아가 두만강 국경 점검을 끝내고 지형 변경에 따른 새로운 국경 획정 원칙을 반영한 새 조약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지난해 말 러시아와 북한이 국경 질서에 관한 새 조약안을 마련하기 위해 양자 간 실무자 협의회를 일정 기간 열기로 합의했다”는 문서를 올려 이를 확인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국경 재획정과 새 국경조약 체결을 추진하는 것은 1990년 북한과 옛 소련 간의 조-소 국경조약 체결 이후 18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1990년 국경조약 체결 선례에 따라 양자 간 실무자 협의회에서 구체적인 국경 재획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국경표지에 대한 문서화 및 조약서명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북한과 러시아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국경 공동점검위원회를 구성해 1990년 두만강에 세워 놓았던 국경표지 유지 실태와 지형 변경에 대한 실사를 했다.
실사 결과 최근 10년간 두만강의 범람으로 수로가 크게 바뀌었으며, 1990년 세워 놓았던 국경표지도 상당수 유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당국자는 “1990년 강 하상(河床) 중간으로 설정했던 국경선이 더는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해주 현지 신문인 블라트뉴스는 연해주정부가 러시아 쪽 강변에 제방을 쌓은 2004년 당시 “1980년대에 비해 수로가 최대 250m까지 이동한 곳도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국경 재획정 협의에서 러시아 정부는 하상 중간지점이라는 1990년의 국경 획정 원칙은 유지하되 수로 변경에 따른 국경선 변경을 도입하는 새 조약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990년 설정한 양국 국경선은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블라트뉴스는 2004년 홍수 당시 수로 변경으로 영유권이 바뀔 수 있는 영토를 합하면 양국에 걸쳐 최소 30km²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독도 면적(0.1875km²)의 약 160배 규모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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