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 와이프’에 공 돌려
■ 한미 정상회담 뒷이야기
이명박 대통령이 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미국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영유권 표기 원상회복 조치에 감사의 뜻을 전했을 때 부시 대통령은 “내가 별로 한 일은 없고 사실 콘디(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가 다 한 것”이라며 공(功)을 라이스 장관에게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처음에는 그(독도 표기 변경) 보고를 받고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몰랐다. 하지만 사안이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콘디에게 알아보라고 했고 그 뒤 이렇게 조치가 됐다”고 말했다고 정부의 한 관계자가 7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라이스 장관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언급을 직접 들어보니 그가 부시 대통령의 ‘워크 와이프(직장 부인)’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독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이태식 주미대사의 설명을 듣고는 “라이스 장관에게 이 문제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부시 대통령은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독도 문제의 역사적 배경에 관해 이 대통령의 설명을 듣기만 한 게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 가볍게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독도 문제는 한일 양국 간 문제인 만큼 부시 대통령이 영유권 논란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유형의 국제적 논쟁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또 이날 서로를 여러 차례 ‘나의 좋은 친구(My good friend)’라고 부르며 각별한 친근감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 내외를 청와대에서 맞기에 앞서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단장의 효과를 극대화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청와대에서 가장 귀한 손님을 맞는 만큼 각별한 단장이 필요했다”며 “건물이 오래돼 손볼 곳이 많았지만 되도록 돈을 쓰지 말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기존 시설을 이용해 공간을 색다르게 연출하는 ‘재활용’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두 정상 내외가 함께 차를 마셨던 관저에는 품격과 분위기를 높일 수 있는 가구들을 본관에서 찾아 잠시 옮겨 놓았다. 한국 전통가구 스타일의 소파형 의자가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2층 집현실로 부시 대통령을 안내하던 중 독도를 가리켰던 대형 지도는 오래돼 옆이 뜯어져 있었으나 회담 며칠 전 접착제로 정교하게 붙여놓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