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내정

  • 입력 2008년 8월 11일 03시 00분


‘MB노믹스 디자이너’ 컴백

‘국정개혁 드라이브’ 가속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정책참모인 곽승준(사진) 전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으로 최근 내정한 것은 쇠고기 파동이 잠잠해진 만큼 국정운영 동력을 결집해 당초 설계했던 국정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3개월 반 넘게 지속된 촛불정국으로 공공부문 개혁 등 ‘이명박식 개혁 프로그램’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6일 한미정상회담으로 국정 정상화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한 데 이어 15일 건국 60주년 기념일을 전후해 사실상 제2의 정권 출범을 선언하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자신의 정책의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참모를 다시 기용해 단계적이면서도 확실하게 ‘MB 노믹스’를 구현하려 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국정기획수석비서관에서 경질된 지 두 달도 안 돼 그를 다시 국정 핵심 포스트에 앉히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감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이 대통령이 “더 좌고우면해서는 아무 일도 못한다”는 취지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내정자는 쇠고기 파동 대처 미흡 등을 이유로 경질된 동료 수석비서관들과는 달리, 공공부문 개혁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그 추진 속도와 폭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 한나라당 등 여권 내부의 비판과 견제를 받아 낙마했다는 관측이 없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곽 내정자의 청와대 복귀를 계기로 공공부문 개혁, 규제 완화, 금융 등 핵심 서비스산업 구조 개편을 비롯해 핵심 국정과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통령은 최근 공기업 개혁, 혁신도시 등 국토개발계획 등이 당초 공약보다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의 비판에 곤혹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청와대 핵심 참모들에게 “일각에서 현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 등 핵심 국정과제를 소홀히 할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며, MB 노믹스는 중단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곽 내정자의 복귀가 당장 11일 정부 여당이 공개할 공기업 선진화 1단계 조치 등에는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미래기획위원회는 당분간 긴 호흡으로 이 대통령이 임기 안에 지속적으로 추진할 중장기 과제 연구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윤곽이 결정된 국정과제는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곽 내정자가 지난해 대선 때부터 이 대통령에게 각 분야의 교수 등 전문가 그룹을 소개하고 이어준 만큼, 이들 그룹 중 쇠고기 파동을 거치며 정부에 비판적으로 돌아선 인사들을 직접 만나 지지를 회복하고 주요 정책을 설명하는 역할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곽 내정자의 복귀로 청와대 내부 참모진 간의 기능과 역할도 미세하게 조정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곽 내정자의 후임인 박재완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 및 또 다른 측면에서 규제 완화 등 중장기 과제를 연구하고 있는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의 역할 조정 여부가 주목된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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