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형규 수석 “일절 관여 않겠다 말해”
공성진 최고 “통상 민원 처리였을 뿐”
대통령 부인 사촌언니의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로비 의혹 사건에 이어 유한열 한나라당 상임고문의 국방장비 납품 로비 의혹 사건이 터졌다.
검찰은 10일 유 고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또 다른 연루자인 한나라당 외곽단체의 한모(51) 씨 등 3명을 쫓고 있다.
▽로비의 연결고리는?=9일 검찰에 출두한 전산장비업체 D사의 이모 대표는 한 씨에게서 2367억 원 규모의 국방 광대역통합망 구축사업 납품 제의를 받고, 자신을 이명박 대통령후보의 특보라고 소개한 김모(66) 씨, 모 단체의 상임부총재인 이모(59) 씨를 통해 유 고문을 소개받았다고 진술했다.
유 고문은 이 자리에서 납품계약에 성공하면 계약금의 5%를 줄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후 이들 3명은 맹형규(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의원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2000만 원, 대통령직인수위원들의 양복 값으로 3000만 원을 달라고 하는 등 이 대표에게서 교제비 명목으로 모두 5억5000만 원을 받아 갔다. 또한 “공성진 의원에게도 부탁해 국방부 장차관에게 전화했으니 안심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대표에게 ‘납품 성공 각서’를 써 줬다.
그러나 3월 말 국방부가 D사가 공급할 수 없는 장비를 선정하자 이 대표는 맹 수석과 공 의원에게 진정서를 보냈다. 맹 수석은 최근 이와 관련된 소문이 돌자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8일 자진해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맹 수석은 10일 “유 고문과 1월에 한 번 만났을 때에 ‘좋은 사업이 있으니 도와 달라’고 해 ‘나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면서 “유 고문이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건넸으나 ‘나는 이런 것을 받는 사람이 아니다’고 거절했다”고 밝혔다.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통상적인 민원 처리였을 뿐 금전 거래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업체에서 받은 돈 가운데 청와대 또는 한나라당 측 인사에게 흘러간 것이 있는지 밝혀낼 계획이다.
▽당혹스러운 여권=유 고문은 고(故) 유진산 신민당 총재의 아들로 10, 11, 12, 13대와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여당의 원로 정치인. 게다가 당청의 고위 인사들이 로비 대상으로 거론되자 여권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당 고문이라는 사람이 지위를 이용해 큰 죄를 지었다”며 “당원에 대한 배신이요, 국민에 대한 불경이다.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에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여당 고위층과 대통령수석까지 연루된 명백한 권력형 비리”라고 공격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