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알지만 투자 걸림돌 치워야” 부담 감수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8월 13일 03시 09분


‘국민통합+경제회생’ 분위기 만들어 국정 재시동
대상자 90%가 전현직 공무원… 공직사회도 배려
李대통령 “임기내 생기는 부정-비리는 엄정처리”

법무장관과 사면 논의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12일 광복절 특별사면안을 의결한 국무회의에 앞서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승 기자
법무장관과 사면 논의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12일 광복절 특별사면안을 의결한 국무회의에 앞서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승 기자
정부는 광복 63주년 및 건국 60주년을 맞아 경제인과 정치인, 생계형 민생사범 등 34만1864명에 대한 특별사면과 감형, 복권 등 대규모 사면을 단행한다고 12일 밝혔다.

15일자로 단행되는 사면의 주요 대상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경영인 등 경제인 74명, 정치인 12명, 공직자 10명, 지방자치단체장 12명 등이다.

이번 사면은 6월 4일 생계형 운전자 등 소외 계층 282만여 명에 대한 사면조치에 이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로 이뤄지는 것이다.

대기업 경영인으로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기소된 정몽구 회장과 김동진 부회장, 이주은 글로비스 대표, ‘보복’ 폭행 사건에 연루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다.

또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김윤규 전 현대건설 대표 등도 사면 또는 복권됐다.

정치인으로는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박명환 전 한나라당 의원, 김운용 전 대한체육회장, 권영해 전 국가안전기획부장, 김용채 전 건설교통부 장관, 김기섭 전 안기부 기조실장 등 12명과 김옥두 전 새천년민주당 사무총장을 비롯한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전의 선거사범 1902명이 포함됐다.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 기소된 김병건 전 동아일보 부사장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조희준 전 국민일보 사장, 송필호 전 중앙일보 사장, 이재홍 전 중앙일보 경영지원실장 등 언론인 5명도 사면 또는 복권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사면안을 심의 의결한 뒤 “기업인 사면에 대해 일부 비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고심이 많았고 나도 개인적으로 부정적”이라며 “그러나 기업인들이 해외활동에서 불편을 겪고,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사면을 계기로 대기업들이 더욱 공격적 경영에 나서 투자를 늘리고 중소기업과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로 상생 협력해 달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지지율과 국정운영 동력의 회복을 노리는 이 대통령에게 경제 살리기의 연료인 기업의 투자 확대는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형이 확정된 지 얼마 안 된 정몽구 김승연 회장 등을 사면하는 것도 해당 기업에 자신과의 투자 확대 약속 등을 지켜 달라는 주문을 하는 셈이다.

이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면은 건국 60주년을 맞아 국민 대통합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당면 최우선 국정과제인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기업인과 국민의 힘을 모으자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법질서를 엄정하게 지키자는 새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이번 사면은 정부 출범 전 법을 어긴 사안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후 발생하는 부정과 비리에 대해서는 공직자, 기업인을 불문하고 단호히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의 정례회동에서도 김옥희 씨 공천 비리, 유한열 한나라당 상임고문 군납 비리 등과 관련해 “이런 비리사건에 대해 앞으로 관련자의 지위 고하와 소속을 막론하고 사정기관에서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여권 내 비리의 싹을 잘라 정권 차원의 대형 악재 출현을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전체 사면 대상자의 90%가 넘는 32만8000여 명이 비교적 경미한 과오로 징계처분을 받은 전현직 공무원인 것은 정부조직 개편 등으로 사기가 떨어진 공직사회를 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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