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합동조사단은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가 박 씨 사망 직후에야 해수욕장 울타리 근처에 출입금지 표지판을 설치하고, 경찰조사를 받는 직원에게는 “예전부터 있었다”고 거짓말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사망 경위를 규명하고 재발 방지에 앞장서야 할 현대아산이 거꾸로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니 기업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
합동조사단 발표에 대해 현대아산은 그제 “금강산사업소 총소장의 개인행동이었다”며 “정부 발표 전에는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현대아산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11일에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남측으로 연결되는 전화선을 2시간가량 차단했고, 바로 그때 현장조작이 진행됐음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한 달이 넘도록 현대아산이 금강산 현지 직원들의 조작과 거짓말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믿으란 말인가.
북한의 군사지역과 맞닿은 곳에서 관광사업을 벌이는 현대아산의 안전의식도 수준 이하였다. 합동조사반은 박 씨가 숨지기 전날인 지난달 10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금강산 해수욕장 주변에는 안전요원 순찰도, 관광객 통제도 없었다고 밝혔다. 6월에는 술 취한 관광객이 경계선을 넘어가 북측 군인에게 억류됐다 풀려난 사건까지 있었지만 현대아산은 아무런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았음도 확인됐다.
합동조사단은 박 씨 사망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뒤 형사상 책임소재를 따져보겠다고 했지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수준의 기업윤리와 안전의식으로 금강산 관광 사업을 벌였으니 관광객들은 아슬아슬한 지뢰밭을 헤매다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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