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처음엔 정상적 태극기로 응원”

  • 입력 2008년 8월 15일 02시 56분


“화장실 다녀온 사이 잘못된 걸로 바뀌어”

“잇단 의전실수 의혹 증폭”

한나라, 재발방지책 요구

靑 “음모론 제기 이해 안돼”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베이징 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 경기를 관전하면서 중앙의 태극문양과 가장자리 4괘의 위아래가 모두 뒤집힌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하게 된 것은 당초 이 대통령이 받은 태극기가 중도에 바뀌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핵심관계자는 14일 “이 대통령이 당초 전달받은 태극기는 정상적으로 돼있었다. 당시 사진도 확보돼 있다”면서 “그러나 이 대통령이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뒤 기존에 받았던 태극기 외에 다른 태극기가 추가로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고, 새 태극기를 흔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문제의 태극기가 왜, 어떤 경위로 놓여졌는지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 일부러 거꾸로 제작된 태극기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추론도 가능한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태극기는 현장에서 조달됐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당시 이 대통령은 준비된 태극기 없이 경기장에 도착했고, 방명록을 작성한 뒤 곧바로 귀빈석에 올라갔다. 경기장에는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외에 신정승 주중한국대사, 유명환 외교부 장관, 김창범 대통령의전비서관, 경호처 인사 2명 등 5명만 배석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한국올림픽위원회(KOC) 측으로부터 태극기 한묶음(10개)을 받았고 이 중 하나를 한 배석자가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경기장 사방이 플래카드로 에워싸여진 데다 관중이 너무 많아 경기장 내부 온도가 30도를 훨씬 넘어 어수선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즉석에서 전달받은 태극기로 응원에 몰입하면서 빚어진 실수를 놓고 한나라당에서 처벌론과 음모론까지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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