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前대통령, 황당한 ‘정연주 두둔’

  • 입력 2008년 8월 18일 02시 55분


“정 前사장이 배임했다면 국민이 이득” 주장펴

법조계 “공기업 예산을 쌈짓돈으로 생각” 반박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해괴한 논리’라고 지적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법률가 출신답지 않은 사고방식’이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KBS는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환급과 관련해 국세청과 소송을 벌이다가 2006년 초 2300억 원이 넘는 승소가 예상됨에도 항소심에서 556억 원만 돌려받기로 법원에 조정을 요청하고 국세청과 합의했다.

검찰은 KBS의 세금 소송을 담당하던 전직 간부가 정 전 사장을 고발한 뒤 정 전 사장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기로 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최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관광객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정 전 사장이 배임을 했다면 부당하게 이득을 본 사람은 국민이고, KBS와 정부 간 소송에서 합의를 해 KBS가 손해를 봤다면 덕을 본 것은 정부”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판사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배임에 해당하느냐를 봐야지 소송 당사자가 국가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배임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보는 것은 법률가로서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그런 식이라면 국가를 상대로 세금 소송을 내는 것 자체가 문제이고, 국가도 공기업에는 아예 세금을 면제해 주는 제도를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정부, 지자체, 공기업 예산을 쌈짓돈으로 생각한다는 논리”라며 “그렇다면 예산 분배는 왜 하고 세금은 왜 내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검찰은 이번 주 중 정 전 사장을 기소할 방침이며, 서울행정법원은 정 전 사장이 낸 해임무효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대한 심문을 18일 오후 2시에 연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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