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 구성 협상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3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또 다른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 등 원내대표단의 상임위원장 내정에 반발한 일부 의원들이 위원장 경선을 요구하고 나섰고 원내대표단도 이를 수용하면서 때 아닌 당내 표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안개 속 경선구도
한나라당 몫으로 잠정 배정된 상임위원장은 모두 11석이다.
상임위원장은 당헌·당규상 경선을 통해 선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동안 선수(選數)와 연령 지역 등을 고려해 사실상 원내대표단이 결정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문성 등을 내세운 일부 의원들이 경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
17일 한나라당 상임위원장 경선 후보 등록 마감 결과 8개 상임위는 원내대표단이 내정한 후보 8명이 단독으로 입후보했지만 문화관광체육위와 정보위, 통일외교통상위 등 3곳은 2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쳐 19일 경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문광위원장은 원내대표단에서 내정한 언론인 출신의 고흥길 의원과 전문성과 추진력을 내세운 정병국 의원 간의 경쟁이 팽팽하다. 둘 다 3선이다. 정보위원장과 통외통위원장의 경우 각각 최병국(3선) 권영세(3선) 의원과 남경필(4선) 박진(3선) 의원이 경합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내정했던 최 의원과 남 의원 측은 각각 나이, 선수 등을 고려할 때 명분에서 앞선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권 의원과 박 의원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원내대표단의 ‘독주’에 대한 일부 의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의 한 재선 의원은 “당 지도부의 결정대로 될 가능성이 일단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상임위원장 경선의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만약 결과가 뒤바뀔 경우 홍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다시 한 번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상임위원장이 뭐기에
일부 의원의 경선 요구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지난주 “경선에서 낙선한 후보는 해당 상임위에서 배제한다”며 강경론으로 맞섰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3명의 의원이 원칙론을 앞세우며 경선을 선택했다. 그만큼 상임위원장에 대한 매력이 크다는 뜻이다.
상임위원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으며 국회 각 상임위 회의를 주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때문에 사회권을 장악하고 있는 위원장의 동의 없이는 법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눈에 드러나지 않는 권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각 부처는 물론 산하 정부기관과 관련 단체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지도부급 당직을 맡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자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18대 전반기에 상임위원장을 거칠 경우 정권 후반기에 가서 장관 입각 혹은 자치단체장, 당 최고위원 출마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등 정치적으로 이익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