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金 의장, 원구성 놓고 허송세월 참기 힘들어 해”
한나라, 원칙대로 처리 요구… 민주 “강행땐 실력저지”
5월 30일 임기가 개시된 후 80일째 개점 휴업해 온 18대 국회가 18일 중대고비를 맞는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소집해 놓았다. 상임위원회 이름 및 소관 부처 변경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의장 직권으로 상정하겠다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회법 처리는 14일 의장의 중재로 여야 대표가 만나 서명까지 한 사안을 이행하는 것일 뿐”이라며 18일 법안 상정을 기정사실화했다. 한나라당의 다른 핵심 인사는 “갈 데 까지 가 보겠다. 81석(을 가진 민주당)이 왜 이리 오만한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촛불민심을 반영해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원 구성에 협조할 수 없다”는 기존 자세를 고수했다.
○ 국회의장의 고민
김 의장은 연휴 내내 고민하고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김 의장의 고민은 몸싸움, 날치기, 강행처리 등을 삼가겠다는 자신의 뜻을 굽혀야 하는 데 있다고 한다.
한 참모는 “의회주의자인 김 의장은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 차이도 아닌 ‘원 구성’ 자체로 국회가 허송하는 것을 참기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건설교통위원회를 국토해양위로 고치는 정도의 내용이다. 김 의장이 부담 없이 직권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행처리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나 ‘국무회의 일정’을 이유로 김 의장이 조금 더 고민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국회가 처리한 법률은 국무회의 의결·공포를 거쳐야 하는데 이번 주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있어 국무회의가 화요일이 아닌 18일 오전 열리며 임시 회의를 소집하지 않는다면 다음 국무회의는 8일 뒤인 26일 열리게 된다. 이런 일정을 감안해 김 의장이 여야에 며칠 더 말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 “민주당의 밑바닥을 읽었다”
한나라당은 김 의장에게 ‘원칙 처리’를 요구하는 데는 더는 민주당과 타협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1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주당과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문제로 줄다리기를 해 왔지만 지난주 막후협상을 거치면서 민주당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운영할 뜻이 없다는 밑바닥 본심을 읽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주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며 ‘가축법 타협안’을 냈다. 그러나 민주당이 “한미 간 쇠고기 추가협상 자체가 잘못이다. 한미 간 통상마찰이 불가피하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라”며 새로운 요구를 내놓자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 “촛불민심을 반영하라”
민주당은 가축법 개정 수준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믿지 못한다’는 촛불민심에 부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재성 대변인은 “원 구성과 가축법 개정을 병행해 처리한다는 것은 개원 당시 국민에게 한 약속이라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국회법 단독처리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았다. 민주당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데는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베이징 올림픽으로 인해 쇠고기 정국과 정연주 KBS 전 사장 문제 등 각종 이슈가 묻히고 있기 때문이다.
제3교섭단체를 만든 자유선진당은 아직 최종 방침을 세워 놓지 않았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