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최근 수년간 직원들에게 수천억 원의 인건비를 부당하게 지급한 실태가 감사원에 거듭 적발됐지만, 환수된 돈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업 임직원들이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거액을 부당하게 임금으로 나눠 갖는 것을 감사원이 적발해도 노사합의를 앞세워 ‘배 째라’ 식으로 버티는 일이 적지 않으며, 돈을 반납받을 규정과 방법도 미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감사원이 7, 8월 잇따라 발표한 ‘공기업 예산운용 감사 보고서’ 중 덩치가 큰 12개 공기업의 감사 내용을 본보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직원들에게 잘못 지급된 돈은 4690억1660만 원이었으나 환수 처분을 받은 것은 5억8500만 원이었다. 부당 지급액의 0.12%에 불과하다.
분석 대상 공기업은 대한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마사회 증권예탁결제원 한국수출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업은행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성과상여금의 기준이 되는 연봉월액을 실제보다 높게 책정해 1177억 원의 인건비를 추가 지급했지만, 감사원은 이를 적발하고도 “앞으로는 연봉제 도입을 통해 임금을 편법 인상하지 말라”며 의미 없는 지적만 했을 뿐이다.
신용보증기금은 2005∼2007년 인건비를 쓰고 남은 돈과 관련해 ‘특별업무 추진 시간외근무’ 명목의 사후 문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45억9800만 원을 부당 지급했지만 전혀 회수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회수 처분을 받은 것은 철도공사가 2005, 2006년 휴일을 근무일수에 포함시켜 5억8500만 원을 과다 지급한 항목이다. 반면 수출보험공사가 2005∼2007년 인건비 잔액으로 전 직원에게 시간외수당을 일괄 지급한 것은 환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부당한 인건비 지급의 유형은 △연말에 남은 인건비를 시간외수당으로 직원들끼리 배분 △평균임금을 실제보다 높게 계산해 퇴직금 과다 지급 △통근비와 연차보상비 등 수당 과다 지급 등이다.
특히 회계처리를 편법으로 해 경영실적을 부풀린 후 이를 토대로 성과급을 과다 지급한 사례가 많았다.
한국전력공사와 6개 자회사는 수익을 부풀려 2006년도 성과급 지급률을 79%포인트 높이는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899억 원을 더 주는 등 모두 2488억 원을 과다 지급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지만 한 푼도 회수되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부당하게 지급된 인건비는 환수하는 게 마땅하지만 환수 규정이 없거나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더욱이 공기업 노사가 합의해 부당·과다 지급한 사례가 많아 환수 결정을 할 경우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직원들 계좌로 이미 지급된 후 써버린 돈을 돌려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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