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대북 문제에 대해 정부 정책기조에 반하는 민감한 결정을 잇달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인권위는 정부가 금강산에서 열린 ‘제3회 남북언론인 토론회’ 참가자에게 확약서 서명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확약서 제도를 폐지하거나 법률적 근거를 만들 것을 통일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고모 씨는 5월 초 방북 신청을 했다가 ‘승인받은 방북 목적을 벗어나는 활동을 하지 않으며, 국가정체성을 훼손하거나 북한의 일방적 정치 선전, 주장에 동조하는 언행을 하지 않을 것’ 등 3개항의 확약서 서명을 요구받자 “법률적 근거 없는 확약서 요구는 인권 침해”라며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통일부 장관의 재량으로 내부지침에 근거해 확약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법률적 근거 없이 남북한 간 왕래를 제한하는 것으로 진정인의 거주·이전의 자유(여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확약서 제도의 폐지가 필요하다고 보이나 불가피할 경우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경찰이 국가보안법 제7조 1항(반국가단체 찬양, 고무)과 5항(이적표현물 소지, 제작) 위반 혐의로 수사해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에 “국보법의 해당 조항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국보법의 해당 규정이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기본권 제한을 위해서는 사회적 이익에 미치는 해악이 뚜렷해야 한다는 것)’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 행위가 자유민주 체제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 규제하는 것이 현실적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봐 정부에 해당 법조항의 폐지를 권고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해당 사건에 대해 위원장 결재 절차가 남았다는 이유로 구체적 진정 내용과 결정문 공개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권위 관계자는 “첫 재판 기일인 10월 이전에 법원에 의견서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