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미분양 사정이 수도권보다 훨씬 심각한 점을 감안하면 광역시의 미분양 아파트에 세제(稅制) 혜택을 늘린 것은 수긍이 간다. 건설업계는 전매제한 기간의 단축 조치가 수도권에서 공급할 아파트의 분양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 실종 상태에 빠져 있는 수도권에서 주택 거래의 물꼬를 터줄 세제대책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 여당은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제와 금융에 박아놓은 대못 규제를 ‘부자당’이라는 비난이 두려워 섣불리 뽑을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세원리에서 벗어난 세제는 고쳐야 마땅하다.
노 정부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은 잡겠다”며 5년 동안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40차례나 발표했다. 종합부동산세 신설과 양도세 중과라는 세금 폭탄으로 시장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자 이를 부동산 시장 안정으로 포장하고는 참여정부의 치적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노 정부의 이념형 부동산 정책은 총체적 실패로 결론이 났다. 국토 균형개발이란 명분으로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만든다면서 전국 곳곳을 들쑤시며 5년간 87조 원의 토지보상비를 풀어 땅값 집값을 폭등시켰다.
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서울 강남 부자들에게만 세금 고통을 준 것이 아니고 중산층과 서민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폭등해 중산층의 좌절감을 키웠고 전세금을 올려 서민을 화나게 했다. 거래가 끊겨 집을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실수요자들의 고통에는 아예 눈을 감아 버렸다. 미분양 아파트가 20만 채를 넘는 현실을 외면해 건설경기의 깊은 침체를 부르고 서민의 일자리를 빼앗았다.
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관통한 것은 국민 편 가르기와 부자 때리기였다. 좌파이념 코드에 사로잡힌 노 정부가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박아놓은 대못을 뺄 곳이 수두룩하다. 이번 대책에는 섣부른 부동산 대책이 집값 폭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시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인다. 다음 달 1일 발표할 세제개편안에는 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효과를 높일 정책을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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