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재검토 나서… 이병순씨 급부상
신임 KBS 사장 인선 문제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정정길 대통령실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유재천 KBS 이사장이 17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김은구 전 KBS 이사, 최동호 전 KBS 부사장, 박흥수 전 KBS 이사 등을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사개입 논란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KBS 이사회는 25일 사장 후보 5명에 대한 면접을 실시한 뒤 1명을 선정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당초 김 전 이사 등을 유력한 사장 후보로 검토했으나 지난주 호텔 회동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다른 후보들도 동시에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유력한 사장 후보였던 김인규 전 KBS 이사가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사장 공모 신청을 포기한 상황에서 ‘호텔 회동’에 참석했던 인사를 사장 후보로 추천하면 낙하산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장 후보 추천 스케줄이 꼬인 것은 사실”이라며 “반드시 25일 사장 후보를 결정할 필요는 없으며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청와대 해명대로 이 회동이 ‘KBS 공영성 회복을 위한 원로 의견 청취’ 차원이었다면 오히려 KBS 이사회가 당초 검토한 후보군을 예정대로 임명제청해야 인사개입 의혹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회동 성격을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청와대 실세, 최 위원장, KBS 이사장, 공모에 응한 사장 후보가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로도 KBS 장악을 위해 사전 모의를 했다는 충분한 정황증거가 된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정권의 KBS 장악 음모를 역사적으로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후임 사장 선임에 대한 얘기는 없었고 듣기만 했다니 이 무슨 해괴한 해명이냐”며 “참석했던 모든 사람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이 대변인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분이 KBS 사장에 임명돼야 한다는 생각일 뿐 (청와대와 여당은) 관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순자 최고위원도 기자간담회에서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맨 것처럼 우연의 일치일 뿐이며 대통령에게 다양한 채널의 여론을 전달하는 일도 필요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편 KBS 노조는 24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은구 전 이사는 이사회가 정한 사장 후보 기준 중 ‘정치적 독립성’에서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자진 사퇴해야 한다”며 “만약 이사회가 김 전 이사를 임명제청할 경우 26일 오전 5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