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남북 평화통일 지지” 이례적 언급… 北 ‘통미봉남’ 견제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8월 26일 02시 56분


25일 방한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앞)이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환영 나온 학생들의 손을 잡고 있다. 이종승 기자
25일 방한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앞)이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환영 나온 학생들의 손을 잡고 있다. 이종승 기자
후진타오, 박근혜 前대표와 악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5일 청와대 만찬 행사장에서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의 소개를 받으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후진타오, 박근혜 前대표와 악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5일 청와대 만찬 행사장에서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의 소개를 받으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 정치-외교분야 성명 주요내용

북핵해결 이후 한반도서 적극적 역할 시사

한중 국방간부 상호방문-연락체계 활성화

해-공군간 핫라인 개통-군사교류 길 터

APEC-ASEAN 등 국제무대서 협력 강화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5일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전면적 추진과 함께 합의한 정치·외교·군사적 협력 방안들은 향후 남북관계와 동북아 안보 구조에 간단치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후 주석이 이날 이례적으로 한반도 평화통일과 국제인권, 탈북자 문제 등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자칫 소원해질 수 있었던 양국 관계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향후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탈(脫)북한’으로 6자회담 국면 전환 시도=국가주석으로는 북한을 단 한 번(2005년 10월) 방문했던 후 주석이 2005년 11월에 이어 두 차례 방한하고, 그것도 올림픽 폐막 다음 날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다는 점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경제 협력 위주에서 정치 안보를 포함한 전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양국 국방 당국 간 고위급 상호 방문을 활성화하고 상호 연락 체계를 강화하기로 함으로써 양국 간 해·공군 직통망(일명 군사 핫라인) 개통과 군사 분야 교류의 길을 텄다.

지금까지 혈맹으로 인식하던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철저하게 실용 및 국익을 따지겠다는 후 주석의 의지가 반영돼 있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양 정상은 이날 대북(對北)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

이 대통령이 먼저 탈북자 문제에 이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확고하다. 솔직한 대화와 서로 인정하는 입장을 갖춘다면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중국 측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후 주석은 “남북이 대화를 회복하고 화해 협력을 해 나가길 바라며 중국도 그 과정에서 ‘건설적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북핵 문제에 대해 양 정상이 한목소리로 6자회담 틀 내에서의 협의 협력을 강화하고 조기에 비핵화 2단계 조치의 전면적이고 균형 있는 이행을 촉진하기로 합의한 것은 한국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지만 핵 검증 의무 이행을 지체하고 있는 북한에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 정책은 더는 통하지 않는 만큼 전향적인 자세로 6자회담의 진전에 나서라는 후 주석의 대북 메시지로 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한중 정상회담 이후 후 주석의 특사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베이징올림픽을 지원해 준 데 사의를 표하면서 6자회담 복원을 위한 ‘검증 방안’ 수용의 결단을 촉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중국 측은 이례적으로 “궁극적으로 (남북이)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계속 지지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핵 문제 해결 이후 전개될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등의 과정에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지역 및 국제사회 이슈 협력=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유엔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사회와 다자간 외교 무대에서의 협력은 물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국제 테러리즘 대응 등 다양한 이슈에도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했다.

북한이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에서 ‘남북관계의 국제 이슈화’에 나선 점에 비춰볼 때 이날 한중 협력 선언은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국의 대응 역량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

▼상하이박람회 열리는 2010년은 중국 방문의 해

여수박람회 열리는 2012년은 한국 방문의 해▼

양국간 비자발급 간소화

청소년 年100명 서로 초청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25일 2010년과 2012년을 각각 ‘중국 방문의 해’와 ‘한국 방문의 해’로 정하기로 하고 현재 연간 600만 명 수준인 두 나라의 인적 교류 규모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양 정상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간 인적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사증편리화 조치를 포함한 편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양측은 현재 일부 기업인 등에게만 발급되는 복수사증 대상을 확대하고 비자 발급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상하이 세계박람회가 열리는 2010년과 여수 세계박람회가 개최되는 2012년을 각각 중국 방문의 해와 한국 방문의 해로 정하고 관광을 비롯한 다양한 교류 행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문의 해로 지정할 경우 각급 학교가 수학여행지로 중국이나 한국을 선택해 상대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와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개최의 상호 지원 및 협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중 교육교류약정을 개정해 정부 상호 초청 장학생을 현재 각각 40명에서 6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한중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 실시 규정을 신설해 매년 100명 이내의 청소년을 서로 교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양측은 한중 따오기 증식 복원 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한국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따오기의 복원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 측은 따오기 한 쌍을 한국에 기증하기로 했으며 따오기 복원을 위해 중국전문가를 한국에 파견하기로 했다.

이 밖에 양국 문화계, 언론계, 우호도시, 학술계, 민간단체의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두 나라는 민간 부문에서 진행되는 문화 및 언론 분야 교류 행사와 역사 문화 등의 분야에서 양국 학술기관 교류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측은 또 주한 중국대사관의 광주 영사사무소를 총영사관으로 승격하기로 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정상회담 이모저모

▼李대통령, 후 주석 허리감싸며 “친구” 환대▼

올림픽 화제로 “성공 축하” “한국 훌륭” 덕담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친구’라고 칭하며 환대했다. 후 주석도 내내 웃는 모습이었다. 두 정상 간 대화의 주제는 단연 24일 끝난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친구 이상의 극진한 대접=이 대통령은 1시간 정도 이어진 후 주석과의 단독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곧바로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서 후 주석에 대해 “(취임 후) 6개월 만에 세 번째 만남이기에 아주 가까운 친구로서의 관계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는 “자주 만나니 우의와 신뢰가 더욱 깊어진다”고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 대통령은 후 주석의 허리를 감싸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후 주석은 “한국 측이 우리에게 준 환대와 세심하고 면밀한 준비에 대해 이 대통령과 한국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청와대는 후 주석이 사적인 일정을 덜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해 청와대 관저에서의 가족들만의 오찬 대신 화려한 공식 만찬을 준비하는 등 각별한 신경을 썼다.

▽주된 대화의 주제는 올림픽=이 대통령이 확대 정상회담에서 먼저 “쓰촨(四川) 성 대지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올림픽을 아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덕담을 건넸다.

후 주석은 “한국 선수들은 훌륭한 수준의 경기력을 발휘해 금메달 13개를 비롯해 모두 31개의 메달을 땄다”고 말했다.

▽새 정부 들어 첫 국빈 만찬=이날 오후 6시 반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 헤드테이블에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탤런트 이영애 씨 등이 양 정상과 함께 앉았다.

가수 장나라 씨가 한국 가요인 ‘신기루’와 중국 영화의 주제가인 ‘달빛이 내 마음을 말해주네(月亮代表我的心)’를 차례로 불러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만찬 메뉴는 궁중신선로, 갈비살구이 등 한정식이었다.

이 대통령은 도자기로 된 비둘기 한 쌍을 후 주석에게 선물했고 후 주석은 정상회담 때 한국에서 멸종된 따오기 한 쌍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따오기라는 동요가 있는데 실제로는 멸종해서 없다. 좋은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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