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후 법학원장 “법 경시-사법 불신 극복해야”
정성진 前 법무 “한국 법치 100점 만점에 75점”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어떤 이유에서든 법치를 무력화하려는 행동은 더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6회 한국법률가대회 축사에서 “(앞으로) 법치를 국정운영의 3대 중심축의 하나로 삼아 흔들림 없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법치를 확립코자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는 8·15 경축사에서 밝힌 법질서 회복과 ‘임기 내 불법 비리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불법 폭력 시위로 변질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염두에 둔 듯 이 대통령은 “민주화의 상당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선동적 포퓰리즘의 폐해가 심각하다”며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떼를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의식도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법치가 지켜지지 않다 보니) 거짓과 비방, 왜곡과 허위가 조장되기도 한다”며 “법치가 무너지면 나라의 안전도 우리의 인권도 없고, 자유민주주의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법치 없이는 선진일류국가도 이룰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팍타 순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약속은 지켜야 한다)라는 라틴 격언을 언급하며 “사실 그동안 법치가 확고하지 못했던 데는 지도층에 일정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법률가들이 법질서 회복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26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이날 법률가대회의 개회식에는 이용훈 대법원장, 이진강 대한변호사협회장, 김경한 법무부 장관 등 ‘법조 3륜’의 수장을 비롯해 800여 명의 법조인들이 참석했다. 역대 법률가대회 중 최대 규모다.
대회장인 이재후 한국법학원장(김&장 대표변호사)은 “법이 지배하는 사회란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신뢰하는 사회”라면서 “법의 경시나 사법 불신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큰 과제”라고 말했다.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은 ‘한국의 법치주의 왜 어려운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은행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의 평균 법치 수준이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90.3점인데 한국은 75점에 불과하다”고 소개했다.
박철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경제발전을 위한 법의 역할’이란 소주제 발표에서 한국 국민 10명 중 8명가량이 법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법제연구원이 올해 4월부터 40일 동안 만 19세 이상 국민 3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법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43.6%가 ‘권위적’으로, 32.6%가 ‘불공평하다’고 답했다. 한국 사회의 법 준수에 대해서도 ‘지키지 않는다’는 대답이 62.8%에 달했다.
이효원 서울대 법대 교수는 최근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을 계기로 “남북 간 형사사법 공조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회 둘째 날인 26일에는 오전 10시부터 △헌법재판 △행정규제 △문화예술과 법 등 9개 주제의 세미나가 오후 6시까지 열린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