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세비 - 국고보조금 대폭 삭감 방안 검토
국회의원들이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회의에 무단 불참했을 때 특별활동비(월 54만 원)를 감액하는 제도가 있지만 제대로 운용이 안 돼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법 32조는 의원이 회의 전 불참 이유와 기간을 적은 ‘청가서’를 제출해 의장의 허가를 받거나 회의 후 ‘결석계’를 제출한 경우 외에는 특별활동비에서 결석 일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감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원이 하루 무단 불참했을 때 감액되는 특별활동비는 고작 1만8000원에 불과하다.
본보가 국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28일 확인한 바에 따르면 17대 국회 임기 4년 동안 의원을 지낸 322명(재·보궐 선거로 당선된 의원과 비례대표 승계 의원 포함) 가운데 무단 불참이 하루도 없었던 의원은 단 3명에 그쳤다. 많은 의원이 사전 사후 고지(告知)도 하지 않고 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단 불참 일수가 가장 많았던 의원은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원으로 총회기 일수 947일 중 88일을 무단으로 빠졌다.
이어 같은 당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82일), 이해찬 전 총리(81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73일) 등의 순이었다. 17대 국회 임기 동안 50일 이상 회의에 무단 불출석한 의원은 13명이나 됐다.
하지만 이들의 특별활동비에서 감액된 액수는 △김근태 전 의원 158만4000원 △정동채 전 장관 147만6000원 △이해찬 전 총리 145만8000원 △박근혜 전 대표 131만4000원 등에 그쳤다.
1만8000원이라는 하루 감액 규모는 1995년 이래 한 번도 오르지 않아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무단 불참에 따른 감액 규모를 판공비 개념인 소액의 특별활동비에 연계해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금액이 미미하다 보니 청가서나 결석계를 내는 의원이 많지도 않지만 설혹 청가서나 결석계를 내더라도 형식만 갖추면 대부분 무단 불참에서 빼주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회의원 윤리실천 규범에 ‘의원은 결혼식 주례나 지역구 활동 등을 이유로 국회 회의에 불참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어 이 두 가지 사유를 제외하고는 청가서만 내면 대부분 회의 불참을 허가해 주고 있다”며 “회의에 빠질 경우 청가서나 결석계만 내면 되고 무단으로 회의를 빠져도 액수가 적어 의원들이 회의 불참에 큰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등 정치권은 ‘무의무급(無議無給) 원칙’을 지키기 위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의원의 세비나 입법 활동비를 대폭 깎거나 당의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해 정기국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