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물가 낮춰 서민고통 줄이기 역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경쟁적으로 감세정책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하해 투자와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부가가치세 인하로 물가를 떨어뜨려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플랜을 내놨다. 여야는 감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갈지를 놓고 정치적인 저울질을 하느라 부산하다.》
○한나라당 감세안
한나라당은 정기국회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부동산 관련 세금 인하를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법인세는 과세표준 1억 원 초과분에 대해 25%인 현행 세율을 2010년까지 20%로 낮추고, 1억 원 이하에 적용되는 13%는 같은 기간에 10%로 내릴 계획이다.
다만 택시와 화물차 업계의 구조조정용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최고세율 인하 시기를 1년 늦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정부와의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한나라당은 싱가포르(18%)나 대만(17.5%) 등 주요 경쟁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한국보다 낮아 한국의 조세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내 기업의 신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법인세 인하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소득세 중에서는 근로소득세와 양도소득세를 손보기로 했다.
근소세는 현행 8∼35%인 세율을 내년부터 1%포인트씩 낮춰 2010년까지 6∼33%로 끌어내릴 계획이다. 근소세 인하에 따른 감세 규모는 4조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양도세는 주택을 오랫동안 소유하다 팔면 세금을 깎아주는 ‘장기보유 특별공제율’ 한도를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금은 공시가격 6억 원 이상인 주택에 대해 공제율 80%를 적용받으려면 20년간 보유해야 하지만 이를 10년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내릴 방침이다.
재산세는 과세표준 적용률을 50%로 묶고 세부담 상한선도 50%에서 25%로 낮추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종부세는 당내 이견이 많아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1가구 1주택자이면서 고령자에 한해 세금을 깎아주거나 면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종부세 부과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높이는 방안은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한나라당은 고유가대책으로 내놓았던 6조 원 규모의 감세 법안도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며 서민용 생필품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감세안이 모두 현실화되면 당장 내년에 10조 원 이상의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금 인하를 통한 투자 활성화와 소비 확대로 오히려 세원이 늘어 재정에는 큰 부담이 없다고 한나라당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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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감세안
민주당은 그동안 감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려 왔다. 지난해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감세로 표심을 공략할 때도 “무분별한 감세는 정부의 예산 운용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감세 카드를 꺼냈다. 지난해 대선 패배로 야당이 된 뒤 세금정책 변화를 통해 민심에 다가서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민주당은 감세의 혜택이 대기업과 상류층이 아닌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 서민층에 집중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우선 물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가 부담하는 부가가치세를 현행 10%에서 7%로 200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내리는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최고위원은 “부가세를 3%포인트 인하하면 가격이 약 2.7% 내려가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며 “부가세를 납부하는 영세 자영업자 449만 명도 연평균 267만 원의 세금을 덜 내도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대로 부가가치세를 내릴 경우 연간 12조 원의 감세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세수 감소분은 2008년과 2009년에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20조 원으로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부가가치세는 간접세이기 때문에 물품을 구매하는 모든 소비자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혜택을 보게 된다.
민주당은 또 무주택근로자의 전·월세자금에 대해 연간 500만 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를 해주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전세자금 차입금 상환액의 40%(연 300만 원 한도)로 제한돼 있는 공제 혜택을 차입금 상환 여부와 관계없이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법인세도 중소기업에 인하 혜택이 주로 돌아가도록 했다. 중소기업이 세금 감면을 받더라도 무조건 부담해야 하는 최저한세율 10%를 5%로 낮추고 과세표준 1억 원 미만의 일반기업의 최저세율도 13%에서 10%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과세표준 1억 원 이상의 기업은 현행 최고세율 25%를 유지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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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