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 홍 - 서’ 3각 만남, 청와대서 이뤄졌다

  • 입력 2008년 8월 30일 02시 53분


정상문-홍경태씨 건설업체 수주외압 조사

강원랜드 비자금 옛 여권 유입여부 촉각

휴켐스 헐값 매각 ‘박연차 특혜’ 의혹 증폭

최근 검찰과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들 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연루돼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전(前) 정권의 비리를 대대적으로 사정(司正) 수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각종 의혹 사건에 노 전 대통령 측근과 옛 여권 인사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면서 ‘권력형 비리’의 성격으로 번지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최근 검사와 수사관 10여 명을 보강하면서 각종 의혹 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다.

▽“노 전 대통령 측근들과 청와대 회동”=서울 강남경찰서는 정상문(62) 전 대통령총무비서관과 홍경태(53·말레이시아 출국) 전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이 건설공사 수주에 개입한 서모(55·수감 중) 씨를 청와대에서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와 서 씨 모두 홍 씨 소개로 ‘청와대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며 “정 씨는 한 번, 서 씨는 두 번이라 진술해 만난 횟수에 대한 진술은 서로 엇갈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홍 씨가 S건설의 수주를 돕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홍 씨와 부인의 계좌 등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이 출국 금지 조치를 하기 전인 23일 말레이시아로 출국한 홍 씨는 현재 부인 이모(53) 씨와 함께 현지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한국에 있는 홍 씨와 이 씨 가족 등을 통해 입국을 권고할 계획이다.

경찰은 S건설 측에 입찰 정보를 제공한 대우건설 박모 전 사장과 신모 상무(당시 부장)를 입찰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지휘해온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옛 여권 인사 겨냥한 대검 중수부=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강원랜드의 에너지 설비 공사 대금을 과다 지급한 강원랜드의 전 팀장 김모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29일 구속 수감했다.

검찰은 강원랜드가 비자금을 조성해 옛 여권 인사 등에게 전달했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또 중수부는 석유공사 및 에너지 개발업체의 해외 유전 개발 사업과 관련해 최규선 씨가 대표인 유아이에너지사, 전대월 씨가 대표인 KCO에너지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최 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 김 전 대통령의 3남 홍걸 씨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전 씨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철도청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 개발 사건에 연루돼 각각 형사 처벌됐다.

두 사건은 별개의 사건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건의 구조는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씨와 전 씨가 해외 유전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회사돈을 빼돌려 수십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사업성을 부풀려 투자금을 끌어들이거나 허위 공시 등을 통해 주가를 조작했는지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최 씨와 전 씨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일단 이들의 횡령 및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수사가 정치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휴켐스 ‘헐값 매각’에는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 연루 의혹=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갑근)가 수사 중인 농협 자회사 휴켐스의 헐값 매각 의혹 사건도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휴켐스 매입사 선정 경위와 매각대금 협상과정 등에 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박 회장 등이 휴켐스의 지분을 사들여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 중이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 소환 조사=대검 중수부는 제주도 병원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코스닥 상장업체 K사로부터 3억여 원을 받은 김재윤(43) 민주당 의원을 이날 소환 조사했다.

김 의원은 ‘표적수사’라며 검찰 소환에 불응하다 네 번째 소환 통보를 받고 이날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이날 “김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혐의 입증 여부에 따라 김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지난해 6월 지역구인 제주도에 외국법 적용을 받는 병원을 설립하도록 도와주겠다면서 항암치료제 개발업체인 코스닥 상장회사 N사로부터 3억여 원을 받은 혐의다.

김 의원은 검찰에서 “3억 원은 차용증을 쓰고 빌린 돈이다. 비록 원금상환 날짜와 이자 등은 협의하지 않았지만 N사로부터 돈을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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