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는 "여간첩은 김정일에게 완전히 속은 불쌍한 정신적 불구자”라면서 “이번 여간첩사건과 촛불시위 등을 통해서 햇볕정책이 얼마나 반역적인가에 대해서 깨달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거취가 극비에 부쳐지고 있는 황 전 비서는 지난달 29일 탈북자 인터넷방송 자유북한방송과 인터뷰를 했다. 자유북한방송은 1일 그와의 인터뷰 전문을 공개했다. 황씨는 이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안전불감증 때문에 아니라 사상불감증 때문에 발생했다”며 “여간첩처럼 자신이 한 행동이 옳고 그른 것조차 파악 못하는 그런 정신적 불구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상교육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북한에서) 은근히 자주 ‘제정신을 가지고 살아야 된다. 이게 주체사상의 원칙’이라고 말해 주었다”며 “정신이 완전히 마비되고 자유가 없기 때문에 결혼식도 하루 일 끝나고 저녁에 퇴근해서 술 한 병 놓고 간단히 하라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하고 그대로 한다. 사람이 굶어죽어도 전염병으로 죽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는 “95년 집을 방문했던 북한 중앙당 비서 전병호에게 굶어 죽어가던 노동자가 ‘김정일 장군님은 안녕하십니까? 중앙당 비서동지가 잘 모셔주세요. 우리는 굶어죽어도 좋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이게 무슨 제정신을 가진 인간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이 김일성을 못 쓰게 만들었다. 김일성은 빨치산 투쟁도 했지만, 김정일은 단 하루도 군대에서 고생하지 않고 아버지 권력만 가지고 산 사람”이라며 “김정일은 자신의 자녀들을 전부 스위스학교에 보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황 전 비서는 김일성의 빨치산 투쟁기 ‘회상기’와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가 김정일이 지휘해 만든 소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사람들의 필독서인 이 책들은 2005년 도올 김용옥 교수가 만든 EBS 다큐멘터리 ‘한국독립운동사’ 에 인용됐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당시 빨치산 참가자들이 ‘회상기’를 썼는데 사실대로 쓰다보니까 김일성의 활동이 별 볼일 없다는 것이 됐다”며 “그래서 김정일이 소설로 쓰라고 했는데 그렇게 만들어지다 보니 전부 허구였다”고 말했다.
그는 “김일성이 나이가 들어 회고록(‘세기와 더불어’)을 쓰고 싶다고 하자, 선전 비서를 맡고 있던 김정일이 선전부와 당역사 연구소에 일을 맡겼다”며 “당시 나는 담당비서였기 때문에 종합해서 보고를 올렸는데, 책은 작가들을 동원해서 쓰고 감독은 당 역사연구소 부소장이 맡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1권을 만들어 가져 왔기에 봤는데 사실과 다를 뿐이지 정말 재미나게 잘 썼었다. 한권을 읽고 다음권 부터는 하나도 보지 않고 사인만 해 주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일성이 활약했다는 ‘보천보 전투’와 관련해 “1957년 (김일성을 도왔던) 박달을 만났는데, ‘보천보 작전이라는 것은 아주 작은 전투로 일본군이 무산전투에 집중을 못하도록 하기 위해 치러진 전투’라고 증언했다”며 “무산전투는 최현이 했다. 그런데 김일성이가 다 했다고 완전히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탈북자들은 김정일의 정신적 노예로 살기 싫어서 뛰쳐나온 사람들이며, 탈북 했다는 자체가 영웅적인 행동”이라고 전제한 뒤 “대를 이어서 자랑할 일을 해 놓고서도 제정신을 뺏기게 되면 흐지부지되고 만다. 간첩사건을 계기로 탈북자들이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는 사상을 가질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